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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73호] AI 예술 감상, 외로움에 말을 걸다 본문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수료 박우승
오랜 시간 동안 예술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감정, 직관, 상상력 등의 복잡한 내면 작용을 통해 탄생하는 예술창작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차원적 사고의 산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술 분야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손님이 들어왔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초기의 인공지능 예술은 단순히 창작자의 보조 도구 역할에 가까웠으며, 반복되는 패턴을 자동으로 그려주는 드로잉 프로그램, 사진을 회화적으로 변환해주는 필터 기능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AI는 단순 보조자를 넘어, 일종의 자율적인 창작자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DALL·E), 그리고 오픈소스 기반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의 인공지능들은 텍스트만 입력하면 고해상도의 일러스트, 사진, 회화풍 작품을 자동으로 생성해낸다. 즉, 사용자는 단 몇 초 만에 상상했던 장면을 눈앞에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Prompt Artist(프롬프트 예술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지시만 하는 감독자로 환경이 변화되고 있다. 문학과 음악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ChatGPT를 비롯한 대형 언어 모델은 시, 소설, 영화 대본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며, AI 작곡 프로그램들은 코드 진행과 장르를 제시하기만 하면 단시간 내에 완성된 음악을 출력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이 작성한 시집이 정식 출간되고, AI 작곡가가 만든 K-pop 데모가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인공지능 예술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예술의 정의 자체를 흔들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이 만든 미술 작품이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하거나, AI 시인이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창작의 주체성이라는 예술의 근간은 지속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간 예술 역시 수많은 반복과 모방, 영감에서 출발하며, 완전히 새로운 창조는 없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역시 새로운 도구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예술은 사진,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새로운 도구와 함께 진화해왔으며, 다양한 신기술을 흡수하고 새로운 양식이 매번 거듭되어 만들어져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인공지능 기반 예술의 ‘치유의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잠재력 또한 함께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이 창작한 예술작품이 감정 조절, 불안 완화, 정서적 안정 등 심리적 회복을 돕는 디지털 큐어(digital cure)로 기능할 수 있다는 관점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각종 심리 문제에 있어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만약 예술이 지닌 정서적 환기력과 AI의 접근성을 결합할 경우, 기존의 치료 방식에 비해 더 넓은 대상에게 정서적 지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AI 예술의 심리적 효과는 외로움 문제와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단순한 물리적 고립을 넘어 개인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고통스러운 정서로 여기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단절이 심화되며 외로움은 현대인의 대표적인 심리적 문제로 자리 잡았는데, 이는 우울, 불안 등의 정서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통적인 사회적 교류 방식만으로 한계가 존재하는 현시점에서 AI 예술은 외로움을 완화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닌다. 그렇다면 정말 인공지능이 창작한 예술 작품은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심리적 안정 도모에 효과적일까? 최근 필자가 수행한 연구도 바로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하여, AI 예술이 감정 조절과 정서적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1
AI가 만든 예술, 인간적 마음을 느끼다
필자의 연구는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의 예술작품을 감상한 후 사람들의 일시적인 불안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였다. 특히 연구에서는 창작물을 만든 AI를 단순히 기계가 아닌 마치 감정과 의도를 가진 존재로 인식되는 현상, 즉 AI 창작자에 대한 '마음지각(mind perception)'의 효과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다. 더불어 감상자들이 해당 작품을 얼마나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영감을 주는지와 같은 심미적 평가 2의 효과 또한 함께 살펴보며 AI가 만든 예술 작품과의 상호작용이 실제로 사람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자 하였다. 3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외로움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AI 창작자에게 감정과 의도 같은 인간적인 특성을 더 많이 부여했으며, 그 결과 작품에 대해서도 더 높은 심미적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I 창작자를 인간처럼 지각하는 경향이 높을수록 작품 감상 후의 일시적 불안감은 뚜렷하게 감소하였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AI가 만들어낸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 단지 작품의 표면적인 아름다움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작품 뒤에 존재하는 AI의 감정과 창작 의도를 상상하며 정서적 교감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AI에 대한 호기심이 아닌, 사람들이 AI에게 인간적인 마음을 부여하는 의인화(anthropomorphism)의 심리적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외로움을 더 강하게 느낄수록 사람들은 비인간 대상인 AI와도 더 깊은 정서적 연결을 형성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외로움으로 인해 발생된 사회적 관계에서 충족되지 않은 정서적 욕구를 AI라는 존재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본능적인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4
따라서 AI 예술 콘텐츠는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거나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단지 기술적 흥미 거리를 넘어, 심리적 치유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연구에 사용된 예술 감상은 단일 회기(one-shot) 형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불안 수준은 실제로 의미 있게 감소했다. 이는 향후 AI가 단지 인간을 모방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정서를 함께 나누는 사회적 동반자로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반복적이고 맞춤화된 AI 예술 콘텐츠가 제공된다면 그 효과는 더욱 뚜렷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AI 예술 작품들은 동일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작품의 형식(음악, 문학, 미술) 자체보다는 개인의 선호도가 더 큰 역할을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실험 참여자들은 특정 예술 작품에 대해 호감을 느낄수록 AI 창작자에게 더 많은 인간적 속성을 부여하며, 작품과 깊은 심리적 교감을 형성하여 정서적 위안을 경험했다. 이러한 결과는 향후 AI 예술 콘텐츠 활용에 있어 개인 맞춤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개인의 예술적 취향과 정서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콘텐츠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예상케 한다.
현실에서의 AI 예술 활용법
앞으로 인공지능 창작물은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먼저 독거노인이나 사회적 교류가 부족한 1인가구, 외로움을 느끼는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AI가 제작한 맞춤형 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고립과 그로 인한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AI 기반의 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공공복지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외로움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적 지원으로 AI 콘텐츠를 도입하거나,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진 설명 : 2024년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연구팀은 AI 보조 디지털 예술 도구를 개발하여 환자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 심리 치료에 적용한 바 있다.
물론 AI 예술이 모든 심리적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만능해결책은 아니다. AI가 인간의 감정과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추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AI 창작물의 예술적 가치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인간 창작자의 역할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더 이상 적대적 관계로 구분되지 않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화가들이 사진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AI 창작물 역시 초기에는 논란과 의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AI 예술은 결국 인간에게 정서적 안정과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AI를 활용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간이 AI를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를 우리 삶에 어떻게 조화롭게 녹여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인간과 AI가 손을 잡고 만들어가는 따뜻한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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