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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뮤지컬을 관람하는 새로운 방식, 온택트 뮤지컬

compeeu 2025. 6. 12. 09:00

삼육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조교수 강주영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에 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던 2019년의 기억이 살아난다. 수많은 전염병을 책으로 배우고, 때론 직접 경험하며 스쳐 보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이후 코로나 19) 팬데믹은 오랜 기간 우리를 잠식하며 뉴노멀의 문을 열었다. 재택근무, 인터넷을 활용한 수업이나 회의, 모임까지 보편화 되었으며 심지어 랜선 여행, 랜선 집들이, 랜선 공연 등의 ‘랜선 00’도 등장하며 온라인 공간을 통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졌다. 

  이들은 모두 비대면을 전제로 하는데 직접적인 접촉이나 경험 없이 소통하고 연결된다. 흥미로운 건 여행이나 집들이, 공연처럼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야만 본래의 목적이 달성 가능한 행위들조차 온라인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진행 및 소비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집회 금지 조치로 직접 가거나 만나지는 못하지만 영상을 통해 관람하고 소통하면서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 

  특히 공연의 경우 주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며,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 미디어와 달리 직접 대면하여 라이브(Live)로서의 현재성을 특징으로 하기에 이런 온라인 공간에서의 관람은 신선한 시도였다. 그리고 이는 오랫동안 공연을 관람하지 못하여 금단 현상을 앓고 있던 공연 마니아 관객들에게 단비가 되었다. 

출처: <unsplash>

 

#공연 예술의 현재성

 

  앞서 언급했듯이 공연은 기본적으로 배우와 관객의 대면을 원칙으로 하며 라이브니스(Liveness)와 현재성(Presence)을 특징으로 갖는다. 관객과 배우는 같은 시공간에서 찰나의 그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무대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데 같은 작품을 다시 관람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이전에 관람한 것과 완전히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영상과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영상은 일종의 박제가 되어 무한히 같은 것을 반복하지만 녹화되지 않은 라이브로서의 무대는 원본으로서의 유일성을 가지며 그 시간, 그곳에 있던 사람만이 경험으로 알고 느끼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은 이런 원본으로의 가치를 ‘아우라(Aura)’의 개념으로 설명하였는데 특정한 사물이 어떤 유일한 사실적 존재로서 실존하면서 가지게 되는 분위기로 가치를 지닌다고 하였다(Benjamin W, 1963). 공연은 무대 위의 배우가 관객의 눈앞에 실존하는 진품으로 다른 매개체 없이 직접 그 고유의 아우라를 경험하게 한다. 배우와의 대면은 진품이 가진 고유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는 순간이며 이는 그 존재의 유일성, 일회성으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는 관객의 자리에 카메라가 대신하는 순간 상실되는데 배우와 관객 사이에 매개체가 세워지면서 연기자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카메라의 앵글로 손상을 입은 배우는 가공된 것으로 진품의 아우라를 잃는다.

 

#뮤지컬 마니아

 

  뮤지컬 마니아는 이러한 공연의 현재성과 유일성을 기저로 하여 다양한 특성을 갖는다. 먼저 여러 차례 반복 관람을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에서의 유일성과 일회성을 중시하여 이를 ‘완전히 동일’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그날 배우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 스태프들의 현장 진행, 같이 관람하는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공연으로 여긴다. 

  다음으로는 비평 글을 꾸준히 작성하며 공유한다는 것이다. 공연 상품은 경험재적 특성을 가지기에 직접 경험한 사람의 후기와 판단이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SNS를 통해 서로 후기를 교환하고 그 글을 읽은 이들은 이것을 통해 작품의 관람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특히 마니아들끼리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굉장히 섬세한 후기가 공유되는데, 전체적인 배우의 연기나 노래, 내용뿐만 아니라 동일한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며 매회 조금씩 다른 배우의 연기나 동선 등까지도 자세히 언급하며 작성한다. 

  또 공연을 볼 때, 마치 의식을 치르듯이 집중하여 관람한다.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반복될 수 없는 유일한 순간을 최대한 집중하여 온전히 공연에 몰입하는데 이를 시체관극이라고 표현한다(죽은 듯이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작품을 감상). 다만 이러한 관극 방식은 마니아가 아닌 관객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데 옷에서 소리가 나거나 몸의 작은 움직임에도 불편함을 드러내는 마니아도 있기 때문이다. 

 

#상실된 현재성

 

  이렇듯 공연에 진심인 뮤지컬 마니아에게 코로나19는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진행 중이던 공연이 조기 폐막 되고 예정되었던 공연도 취소되거나 연기되며 제집처럼 다녔던 극장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침체된 상황 속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Show must go on!’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페라의 유령> 전막을 무료로 공개한다. 그리고 이를 신호탄으로 공연도 온라인상에서 관람 가능한 온택트(Ontact) 시대가 열린다. 공연을 유튜브나 네이버 TV, VLIVE 등 온라인 플랫폼 채널을 통해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대부분 이미 녹화된 작품을 상연하는 것으로 현재성과 아우라를 상실한, 어쩌면 공연이 아닌 공연 영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배우의 무대와 미디어 기술에 의해 복제된 영상 사이에는 이전 것과 다른 것으로 존재론적인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Peggy Phelan, 1993). 그러나 아우스랜더는 이렇게 녹화된 공연도 현장에서의 공연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았는데 생방송 TV를 보며 자신이 출연자와 같은 시간을 공유해 라이브라고 느끼듯이 라이브를 녹화한 공연 영상 또한 송출되는 그 시간이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의 시간과 같이 흐르면서 그 시간을 통해 라이브니스를 획득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

 

# 방구석 1열 뮤지컬 관람: 온택트 뮤지컬 라이브니스 획득기

 

  우리는 멀리 떨어진 이들과 실시간 채팅이나 영상통화를 하면서 때로는 한 공간에 있는 듯느끼기도 한다. 직접 접촉하는 물리적인 경험은 아니나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공존하며 함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관객 역시 마찬가지로 공연 실황이 녹화된 영상을 통해 영상 속 관객들과의 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자신이 그곳에 같이 있다고 여기게 되는데 이는 실제적인 시공간의 공유가 아닌 정서적인 체험이 강조된 것이다. 아우스랜더는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을 ‘디지털 라이브니스(Digital liveness)’라는 개념으로 정의하였는데 이는 수용자에 정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며 사물이나 매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수용자가 사물이나 매체와 어떠한 방식으로 연관을 맺고자 하느냐에 따른 의지와 관련된 개념이다(Auslander, 2012). 최근에는 첨단의 디지털 환경이 구성되면서 이러한 라이브니스 획득을 위한 시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부 뮤지컬 마니아는 공연을 시청하며 실시간 온라인 채팅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실시간으로 즉각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또 다른 라이브니스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는 물리적인 시공간의 공유가 아닌 사회적인 현존(social co-presence)에 기반하여 획득되는데 집단 인터넷 채팅이나 웹사이트 뉴스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을 기저로 한 사회적 존재들의 관계에서 관찰된다(Couldry, 2004). 공연을 관람하며 이루어지는 채팅은 공연장에서 시체관극을 해 왔던 마니아들에게는 새로운 관극 방식으로 공연을 함께 즐기며 동시에 실시간 소통을 통해 비평을 공유하는 것으로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즐기는 그들만의 라이브니스를 획득해 가는 것이다.  

 

  물론, 어쩌면, 조용히 영상에 집중하여 관람하는 마니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현장에서는 자신이 주목하지 못했던, 영상 연출자가 선택한 장면을 통해 이전에 본 것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다만 필자가 주목하는 건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대하는 마니아들의 태도이다. 그들은 현재성과 유일성을 상실해 버린 공연에서도 자신들만의 관극 방식을 새로이 구성하고 라이브니스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러한 뮤지컬 마니아 관객들의 태도는 공연 문화에 대한 공론의 장 마련에 초석이 될 수 있으며 문화 현상의 주체로 역할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 트랜더(trender)로서의 위치를 획득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