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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꼰대”로 만들어진 침묵 – 조직에서 피드백은 왜 사라졌는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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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꼰대”로 만들어진 침묵 – 조직에서 피드백은 왜 사라졌는가

compeeu 2025. 6. 12. 09:00

캐럿글로벌 강민균

 

 

“요즘 직원들은 지적 한마디만 해도 표정이 굳어요. 괜히 말했다가 ‘꼰대’ 소리 들을까 봐 조심스럽죠.”

“반복되는 업무 실수에 지적 한 번 했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한 중견기업의 부장급 리더가 들려준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피드백은 조직에서 성장의 연료와도 같다. 하지만 지금, 많은 조직에서 이 ‘연료’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회피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격이나 리더십 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강민균과 허창구(2023)의 연구에 따르면, 그 이면에는 ‘꼰대 평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존재한다. 즉, 부정적 피드백은 ‘성장’이 아닌 ‘꼰대짓’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인식이 상사들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출처: <pixabay>

 

‘꼰대’는 누구인가?

‘꼰대’라는 말은 그 어원과 의미가 명확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동안 나이든 사람의 권위적 태도를 비꼬는 은어로 쓰여 왔다. 이러한 단어는 이제 직장 안에서 특정한 리더십 유형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확장되었다. 한 연구에서는 30~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꼰대’ 유형을 Q방법론으로 분석해 다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 연령을 기준으로 권위를 행사하려는 유형
  •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유형
  •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의 유형
  • 위계적 질서를 통해 타인 위에 군림하려는 유형

당신의 상사가 이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한다면? 매일 출근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상사라고 해서 이를 모를 리 없다. 오히려 그들 또한 조직 내 문화 변화와 다양한 다면 평가 시스템을 통해 ‘평가받는 존재’로서 조심스러워지고 있다. 시대는 변했고, 상사들은 조용해졌다.

 

피드백의 시대는 끝났는가?

상사는 조직에서 사회화의 통로이자 성과 관리, 인재 육성의 중심이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말이 줄었다고 해서 문제도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요한 말까지 하지 않게 되는 ‘Mum Effect’ 현상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회피하거나 왜곡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회피가 결국 더 큰 갈등이나 파괴적인 피드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고, 더 큰 실수나 관계 단절로 이어진다. 리더에게 피드백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며 역량이다.

 

‘꼰대’와 ‘피드백’ 사이의 균형

피드백은 상대방을 변화시키기 위한 ‘지적’이 아니라, 성장을 지원하는 대화다. 따라서 그 방식이 핵심이다. 피드백이 ‘명령’이나 ‘비난’으로 들리면 거부감만 생긴다. 하지만 “함께 해결해보자”는 제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로 코칭 피드백이 갖는 힘이다.

코칭 피드백은 단지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뒤에 있는 원인과 가능성까지 함께 탐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고, 관계의 신뢰까지 높여준다. 나아가 조직 전체가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추는 데 기여한다.

 

조직 차원의 실천: 피드백을 위한 환경 만들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은 피드백이 일상에서 오갈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코칭 교육 도입: 리더들이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대화형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리버스 멘토링 제도 운영: 젊은 세대 구성원이 리더에게 MZ세대의 관점과 문화를 설명하는 구조를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인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MZ세대 직원과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만나 디지털 경험과 조직 문화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있으며, KB국민카드는 아예 리버스 멘토가 임원 대상의 정책 개선 제안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리적 안전감 조성: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에필로그 – 새로운 리더십의 조건

좋은 리더란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 용기 있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조직은 신뢰와 성장의 문을 열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피드백’의 가치를 이야기해야 한다. 침묵은 조직을 보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방치하고, 성장을 막는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침묵하는 대신, ‘코치형 리더’로 말하는 용기와 기술을 배워야 한다. 

말을 아끼는 것이 미덕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역량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말은, 꼰대를 벗어나 한 사람의 성장을 넘어 조직의 내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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