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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이대남은 보수가 되었나?

mario5848 2025. 6. 12. 09:00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대우교수     

<출처>: pixabay


 신문사 편집진으로부터 이대남 보수화 논란과 관련해 칼럼 기고를 제안받았을 때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는 1월 19일 서울지법서부지원 폭동 사태였다. 이 사건 이후 이대남의 보수화, 또는 우익화에 대해 논란이 급증했는데, 외교 문제 배경에 국내 정치와 사회적 공론 문제가 연결되기 때문에 필자 역시 긴장감을 갖고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칼럼 구상 초기에는 군가산점 논의를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곧 장애물을 만났다. 이대남이 보수화됐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로 보수화됐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났는데, 때마침 한국일보에서 맞춤형 보도가 나와서 고민이 해소됐다. 이대남에 대한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밀한 분석 기사가 나온 것이다. 이 기사에서 필자가 주목한 대목은 이대남이 보수화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필자의 접근법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기사를 읽고, 생각을 정리한 결과 좀 더 정리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해당 기사를 요약해 보자. 한국갤럽의 2024년 정치 성향 조사를 보면, 18세에서 29세 사이 남성 중 31%는 자신을 보수라고 답했고, 진보는 19%, 중도는 37%였다. 20대 여성의 보수 성향 응답률 17%와 비교하면 높지만, 전체 평균 30%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20대 남성 반응도 국민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5년 1월 조사에서 탄핵 찬성 53%, 반대 35%로, 전체 평균인 찬성 60%, 반대 34%와 비슷하다. 앞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 역시 2024년 1월 기준 28%였는데 국민 평균은 32%였다. 2024년 12월 계엄 사태가 발생한 12월 조사를 보면 7%로 급락했다. 국민 평균 13%보다도 급격한 하강이었다. 

 정당 지지도를 보면, 2024년 기준으로 이대남은 국민의힘(27%)이 민주당(19%) 보다 우세했고, 무당층은 41%였다. 국민 평균이 국힘 32, 민주 3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대남의 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적극 지지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무당층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20대 여성의 경우 국힘 10, 민주 38, 무당층 43이었다. 민주당 지지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지만 무당층 규모가 거의 같다는 것은 흥미롭다. 남녀 불문하고 20대 청년층은 정당 선호에서 유보적인 반응이 많다. 사회생활을 준비하거나 막 시작한 조건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범위에 포함된다. 

 정리하면 이대남이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이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고, 보수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12월 현직 대통령 친위 쿠데타 국면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그리고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 추세와 비교할 때 의미 있는 변화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런 점에 주목하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이대남 보수화의 상징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폭동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에 건물에 진입해서 난동을 부린 사람은 1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이대남은 그중에 절반을 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이대남은 약 350만 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50명 정도가 난동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여성이 물리적으로 참여하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도 고려한다면 이대남 전체가 폭력화, 또는 보수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다. 

 12월 내란 사태 이후 이대남이 보수적으로 변화됐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대체로 확인됐다. 다만 이대남이 이대녀에 비해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에서 상대적으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 부분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이대남의 특성에 대해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출처>: pixabay


 이대남 문제를 토론하려면 페미니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논란은 1999년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 제도 위헌 판결과 2001년 여성부 출범이 의미 있는 전환점이었다. 당시에는 큰 반발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남성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2015년을 전후해 온라인 페미니즘이 확산하는 흐름이 나타난 이후 극적인 사건이 잇따라 나타났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2018년 미투(me too) 운동 확산, 2019년 N번방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페미니즘에 맞서는 흐름도 증가됐다. 20대 남성들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데,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에 비해 보상이 없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불평등, 또는 역차별 프레임이 확산했다. 

 페미니즘 논란은 사회 쟁점에서 2022년 5월 대통령 선거 국면을 지나면서 정치 쟁점으로 비화됐다.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대남과 이대녀를 갈라치기하는 논점을 제시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페미니즘 논란은 정치 쟁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민주당의 경우 N번방 사건으로 유명세를 얻은 박지현 씨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격 영입하면서 페미니즘 대변자 이미지가 부각됐다. 이대남이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이 커졌는지는 불명확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 

 페미니즘은 여성이 과거 봉건시대 가부장제의 야만적 관행을 극복하고 남녀평등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만큼 단기적으로 여성에 유리하고 남성에 불리하게 보이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대남 중 일부가 페미니즘 반대를 표방하는 국힘당에 경도되거나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민주당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대남의 정치 성향이 보수에 가깝다는 결론보다도 보수 진영으로 밀려났다는 점이 중요해진다. 또 이대남이 합리적 범위 이내에 들어있다는 특징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24년 조사에서도 무당층이 41%로 가장 많았고, 민주와 국힘 지지율 모두 30%를 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대남은 국민의힘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실망하는 입장에 가깝다. 페미니즘으로 갈라진 구도에서 이대남이 남성 입장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지지를 보내는 것은 정상적이다. 

 이대남의 정치 성향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점은 젠더 갈등이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합리적 범주 이내로 볼 수 있다. 다만 과도한 페미니즘 논란은 대한민국이 최상급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장애물이고, 국가보다는 정파 이익, 특정 정치인을 위해 활용되면서 뒤틀린 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정치적, 정책적 대응책을 찾는 것은 가능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국가 차원에서 본다면 병역 의무를 수행한 남성에게 적절한 보상책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서 남녀 구분 없이 청년층 전반의 사회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일자리, 주거 정책 강화, 젠더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기구 운영 등의 대응을 진행한다면 청년층 불만이 완화하고, 페미니즘으로 보이는 정책에 대한 일부 이대남의 불만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페미니즘이 남성을 홀대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과도하게 떠안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남녀 차별 관행을 포함하는 가부장제가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온 만큼 남녀평등이라는 운동장이 여전히 기울어진 상태라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역차별로 보이는 수준의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는 요점이 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이대남에 대한 불만 해소책이 효과적이고, 가시적으로 추진되고, 정치권에서 의도적인 남녀 갈라치기가 중단되고, 여성 차별 해소를 위해 아직까지는 다소 과장된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설득한다면 이대남 논란은 크게 완화될 것이고, 한국의 국가 발전은 순풍을 탈 수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이대남이 보수화됐고, 폭력적이라는 식의 언사는 근거가 박약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대남 역시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인 만큼 이대남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