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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118호] 축복 혹은 저주? 새집증후군의 희생자들

축복 혹은 저주?
새집증후군의 희생자들

정하상관(이하 J관)은 그 동안 제기되었던 공간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학기 시작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문제가 온라인 공론장인 청년광장에서 제기됐다. 한마디로, 신축건물이 사람이 드나들기에 충분히 안전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이는 단순히 공간의 편의성에 머물지 않고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과도 연관되므로 학교 측의 각별한 관심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하상관만 가면 눈 통증, 두통, 가려움, 구토 증상이 나타나

지난 서강학보 583호에 실린 한 학생의 글(“2% 부족한 정하상관과 떼이야르관”)은 세 가지 근거로 새 건물들의 성급한 개관을 지적했는데, 그 중 새집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에 대한 언급은 온라인 공간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었다. 새집증후군이란, 새 집에서 눈과 목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하다가 밖에만 나가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신종 질환이다. 증세가 심해지면 아토피,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으로 악화되는데 각종 건축자재에서 흘러나오는 화학물질로 인해 실내 공기가 오염될 때 생겨난다. 학기 시작 첫 날, J관에서의 수업 경험을 서강사랑방 게시판에 올린 작성자 은현선민(“J관 눈아파요 ㅜ.ㅜ”)은 건물에 대한 칭찬과 함께 눈 통증과 두통을 호소했다. 불과 한 시간 정도 수업을 들은 후였다. 이런 증상은 작성자 Lucina(“J관만 갔다하면 어지럽습니다...”)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글이 개관 2주가 지난 9월 15일에도 올라왔는데, J관에서 1주일에 두 번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작성자 아직임(“J관ㅜㅜ 알러지..”)은 수업을 들은 후 악화된 눈의 통증으로 결국 알레르기성 결막염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피부질환까지 호소하면서 J관에 더 자주 드나들 학부생들을 걱정했다.

새 집의 축복과 저주를 모두 감내해야만 하는 학생들

이러한 고충을 호소하는 글은 청년광장에 마련된 ‘학교에 바라는 글’ 게시판에도 있었다. 8월 30일에 작성자 르몽드(“J관 계단 환기를 시켜주세요”)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계단을 이용했을 때 페인트 냄새로 숨쉬기조차 괴로웠던 점을 토로했다. 9월 6일에 작성자 강현석(“J관에서 수업하다 구토증세가 있었습니다”)은 학교에 진지한 대책을 요구했다. 그는 어지러움, 눈 통증, 구토와 두드러기 및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치는 등 고통에 못 이겨 병원을 찾은 경험을 말하면서, J관이 충분한 환기를 거치지 않고 급하게 개관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시설팀 관계자 역시 J관이 새집증후군 예방책을 적절히 마련하지 않은 채 개관했음을 인정했다. 새로 지은 건축물의 실내 공기온도를 높여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베이크 아웃(bake out)을 하려면 난방기를 가동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시 냉방기로의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냉방기가 필요한 8~9월에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새집증후군은 완화된다고 하지만 그 동안 학생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 학교 측은 어떠한 대책이나 설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학생들이 새 집의 저주를 모두 감수하면서 스스로의 몸으로 필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성급한 개관에 따른 문제점들 곳곳에 널려있어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J관을 둘러보다 보면 무언가 어색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매점이나 자판기 없는 것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편의와 관련된 문제들은 학생과 교수를 구성원으로 하는 ‘후생복지위원회’가 10월 중 학교 측과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그 때까지 J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당장 마주칠 불편이 적지 않아 보인다.

1. 엘리베이터가 부족하다.
11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두 개 뿐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엘리베이터의 넓이도 교수, 학생, 직원 모두 타기엔 확연히 좁다. 특히 4층 입구에서 들어와 1층부터 3층에 있는 강의실로 내려가야 하는 학생들은 5층부터 11층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를 마냥 기다려야 한다.


2. 복사실이 없다.
여전히 복사실은 X관 4층에 머물러 있었다. 그 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계신 두 분도 학생들의 불편함을 안타깝게 여기셨다. J관에 복사기가 들어올 때까지 학생들은 부지런히 어딘가로 배회할 것이다. 이제 각 건물의 복사실 위치에 대한 숙지는 기본이고 각 복사실의 혼잡도까지 파악해야 한다.

3. 명패가 없다.
개강 셋째 주에 처음 J관을 찾을 때만 해도 어떤 교수님이 어디 계신지 도무지 찾을 수 없을 만큼 대부분의 연구실 앞에는 텅 빈 명패만이 있었다. 개강 후 한 달이 지나고 다시 J관을 찾았지만 A4용지나 명함 등으로 임시적인 명패를 만들었을 뿐 새 집에 맞는 이름표는 없었다. 그마저도 없는 연구실은 대략 난감할 뿐이다.

4. 흡연구역이 마땅찮다.
J관과 떼이야르관 사이에 놓인 멋진 중앙계단의 위와 아래가 비공식적인 흡연 구역이 되고 있다. 흡연자의 눈치 보기도 고역이지만 계단을 숨차게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담배연기도 들이마셔야 하니 이 역시 괴로울 수밖에 없다. 계단으로 통하는 1층 정문입구에는 이미 담배냄새가 자욱하다. 담배꽁초도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다.


5. 아직도 X관에서 진행되는 수업

문학부 관련 모든 강의를 새 건물에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J관에서 개설될 과목 중 약 40여개는 ‘여전한’ 공간문제로 X관 4층에 배정되었다. 이는 운 나쁘게 어떤 과목을 택한 누군가는 다시 ‘떠돌아다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X관과 J관 사이가 그나마 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