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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서강대학교 50년 광고의 계보학 - 대학 광고의 본질을 찾아서 본문

특집

[128호]서강대학교 50년 광고의 계보학 - 대학 광고의 본질을 찾아서

dreaming marionette 2014. 4. 15. 19:20

 

 

폭발적인 대학 광고 증가

한 광고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학광고의 본격적인 시작은 1995년부터로, 1995년 기점으로 전체 대학광고비는 매년 두 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해 IMF로 전체 광고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1998년에도 대학광고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대학광고의 증가 원인은 1995년부터 시행된 대학설립자율화 조치를 첫째로 꼽는다. 대학설립자율화로 신설 대학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지원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으니 예전같이 수동적인 자세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령인구 변화추이를 보면, 4년 제 대학의 경우, 2013년을 정점으로 대학지원자가 급격하게 감소하여 2014년 이후부터는 미충원 인원의 누적은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8~21세의 인구 모두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한다고 단순 가정하더라도 2030년에는 우리나라 대학의 약 40%는 존립자체의 위협을 받게 된다고 연구 결과 나타났다.

또 다른 대학 광고 증가원인은 1998년 대학시장의 해외개방에 따른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현재 인천 송도에는 미국 버지니아 주 공립대학인 조지메이슨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위치한 주립대학 유타대학교가 개교 준비 중이다. 반면 한국뉴욕주립대는 올해부터 학부와 대학원 과정 신입생을 선발해 국내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세종시, 제주도 등 여러 지역에서 해외대학 분교 유치 붐이 일고 있다. 이는 기존 대학 간 경쟁에 해외 대학들까지 더 해진 새로운 경쟁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 밖에 대학입시전형의 다양화, 대학종합평가제도 도입, 대학운영의 자율화 추진 등으로 공급자 중심의 대학이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한 까닭도 있다. 이러한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대학들은 불가피하게 기업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학생들을 모셔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허위 과장 광고의 확대

반면에 이런 과열된 대학 광고의 증가 현상은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을 통해 충원하는 것이 현 국내 대학의 실정이다. 따라서 자칫 경쟁에 밀렸다간 회복하기 힘들만큼 위기 상황에 처할 것임을 안 대학들은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자기 알리기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학 신입생 모집시 취업률이나 장학금 지급에 대해 허위, 과정 광고를 한 대학들을 적발해 시정 명령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 시정 명령을 통해 취업율 또는 장학금 수혜율을 대학선택의 중요정보로 삼을 경우 홍보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반드시 교과부 운영 대학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했을 정도다. 위반 사례를 보면 취업률이 특정 그룹 내 일부 년도 1위임에도 전국 모든 4년대 대학교 중에서 “2년 연속, 3년 연속 또는 7년 연속취업률 전국 1위한 것처럼 광고, 혹은 실제 전국 4년제 대학 중 3~6위임에도 매년 취업율 1위 대학으로 광고하는 경우와 정시모집 장학금 광고시 일정수준의 성적 유지 등 계속 지급 조건이 있음에도 표기하지 않는 등 광고하였다는 것들이다(‘취업률 1과장광고 대학 무더기 적발, 한국경제, 201082일자). 서강대학교도 대학알리미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따라 높게 산정된 장학금 수혜율을 산정기준을 밝히지 않고 광고함으로써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 받았다.

 

<사진1. 서강대학 학생모집 공고. 한국일보. 1960221일자>

<사진2. 예수회의 대학설립 계획을 보도한 신문기사. 경향신문. 1957111일자>

 

서강대학교 광고의 역사

본교 대학 광고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1960221, 한국 일보에 실린 서강대학 학생모집 공고에서 시초를 찾을 수 있다. 개교 역사상 처음으로 신입생 모집 공고를 낸 이 광고는 특별한 설명 없이 응시 자격, 시험 과목, 고시 일정을 밝힌 내용이 오히려 눈에 뛴다. 현재의 기발한 수사로 학교를 빛내려는 최신 마케팅 기법의 광고와는 달리 광고 목적과 전달 내용이 지나치게 어긋나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되레 신선한 자극이 된다. 다만 비슷한 시점 보도된 예수회의 대학 설립 기사는 다소 아쉬워 보일 수 있는 이 절제적인 광고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해당 내용은 경향 신문, 1957111일자에 실린, 동대학(서강대학교)의 교육목표는 전인교육이며 1,2학년 학생에게 매주 3시간의 스콜라 철학을 가르쳐서 생활철학을 체득케하는데 있다고 하며 남녀와 종교차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라는 내용이다. ‘스콜라철학의 어원은 중세 수도원 학교나 학생을 지칭하는 라틴어 스콜라티누스(Scholasticus)에서 비롯되었다. 중세 스콜라 철학이 성직자들을 양성하는 수도원 학교를 통하여 발전되었기 때문인데, 스콜라 학자들은 그들의 신앙을 주로 이성으로 입증하려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중세 철학에 있어 이성과 철학이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스콜라 철학은 기여했다. 또한, 수도원 전통을 통해 학문으로서의 지식이 앎에 그치지 않고 삶의 영역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한 것이 스콜라 철학이었다. 당시 예수회 설립 보도를 통해 전해진 교육 목표는 이러한 스콜라 철학의 본질을 잇는 것이을 목표로 했던 것처럼 보인다.

시대를 훌쩍 넘어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본교 광고들을 보면 디자인이나 기술적인 면으로나 몰라보게 발전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문이나 업적이 뛰어난 교수들이 광고 모델로서 등장하고, 자신감에 찬 문구로 서강대학교가 최우수 대학임을 누차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University CEO!(2003년 학교 광고)’, ‘세상을 움직이는 1%(2006년 수시모집 광고)’ , ‘대학의 낭만이 공부하지 않는 낭만이라면 죄송합니다. 서강대는 낭만적이지 않습니다(2007년 수시모집 광고).’, ’공부하라. 너희가 세상을 움직일 것이다!(2008년 수시모집 광고), ‘공부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2009년 학교 광고)’, ‘세상은 그를 리더라 부르고 그는 자신을 서강인이라 말합니다(2013년 정시 모집 광고).’

이 극찬의 문장들을 살펴보면 서강대학교가 최우수 대학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고지식한 대학의 이념에 벗어나 실리를 추구하는 CEO형 리더십을 따르고 정예의 교육 여건으로 세상의 1%밖에 안되는 리더를 양산하는 최상의 대학인 것이다. 서강대학교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그 최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수식어들이 본교의 본질과 먼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최우수, 최고라는 말도 최악, 최저만큼이나 모호한 것이고 1%라는 기준도 사람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이름도 스스로 붙인 경우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이것은 광고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광고란 실재보다 더 과장되고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이것이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광고하는 상품을 소비하고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임을 자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학 광고는 대학 본연의 자세나 목표를 알리기보다 당 대학의 원할한 학생 수급을 위한 것임을 광고를 통해 스스로 하는 알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것이 1%의 리더로서 세상을 바꾸는 대학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사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학 광고의 본질을 찾아서

대학이 고객으로의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닌 현실이다. 유례없는 대학 경쟁에서 각 대학들은 최우수 대학으로 자칭하고 비전과 발전전략, 교수진, 시설, 장학금, 취업, 동문, 대학평가, 국제교류, 특성화로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만히 자기 길만 열심히 가도 질 나쁜 대학으로 치부될 판이다. 따라서 대학이 자기 스스로를 알리고 성과를 공개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대학 광고의 내용이 학생을 소비자로만 취급하고 대학 상품을 판매하는 데 애쓴다면 그것은 오히려 대학으로서 위치를 스스로 낮추는 일이 될 것이다. 대학은 광고로 고급 상품으로서의 정체성을 얻을지 모르지만 교육 기관으로서 정체성은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광고는 광고하는 대상을 광고로 잊혀지게 하는 모순된 광고다. 그러므로 배움의 공동체로서 학생과 대학 간의 신뢰를 유지하고 교육기관으로 사회적 책임을 잃지 않는 대학 본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광고, 그것이 대학 광고 본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