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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59호] 언택트 시대, 학점 제조기가 된 대학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이지나

출처: pixabay

 언택트(untact), 접촉을 뜻하는 영어단어 Contact에 부정의 의미를 지닌 Un-을 붙인 영어 신조어이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인해 교육, 출근 등의 필수적인 활동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며 등장한 이 단어는 더이상 신조어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 일상적으로 자리 잡았다. 언택트 활동이 뉴노멀이 된 이 시대에서 대학 캠퍼스 또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202월 말에 시작되어 전면 비대면으로 대학 수업이 운영된 지 벌써 2년이 되어 가는 현재, 학생들은 학생 활동, 수업의 질, 성적 평가, 취업 준비 등 대학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수업을 위한 등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 자치 활동까지 방역을 위협하는 위험 행동이 되며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방구석 캠퍼스에서 그저 4’가 된 기분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학과 행사, 선후배 간의 모임, 스터디, 학교 축제, 엠티, 동아리 활동 등의 대학 문화 전반이 모두 취소되거나 금지되었기에 학생들은 고등학생 시절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더 폐쇄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2020)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20대는 143069명으로 2019년보다 24880(21%)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기간 우울증 진료 건수가 총 32464건 증가했는데 20대 진료 건수가 증가분의 76.6%를 차지했다. 지난해 20대의 공황장애와 불면증 진료 건수 역시 전년 대비 14.6%, 6.7%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우울과 취업의 어려움, 사회관계 단절 등이 겹쳐 청년층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덕인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활동성이 큰 20대를 중심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생활 변화의 충격이 가장 크게 온 것이라며 학교도 못 가고, 아르바이트나 취업 자리는 줄어들고, 외부 활동을 못 한 채 가족들과 부딪치는 빈도까지 늘면서 우울증 사례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학생활 중 학생들이 유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은 수업뿐이며, 그 결실로는 캠퍼스의 낭만이 아닌 알파벳 한 글자로 표현되는 학점만 남게 되었다.

 

 서강대학교는 전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 이후 원격교육지원센터를 통해 ZOOM 활용 가이드 및 사이버캠퍼스 활용 가이드를 배포하고 기자재를 대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근본적으로 대면 강의와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비대면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지는 못했다.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가 실시된 첫 학기가 끝난 후, 대체적으로 등록금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대학생 1,7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3%원격수업으로 인해 수업 내용 등에 만족도가 낮아졌다고 답했으며, 지난해 6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대학생 11105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9.3%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존에는 한 강의에서 75분 수업을 일주일에 2회 진행했다면, 비대면 강의로 전환된 이후에는 최소 20분부터 많게는 90분 이상의 녹화 동영상으로 수업이 대체된 경우가 많았다. 수업 시간에 맞추어 학교에 방문하고,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는 종이 울리는 방식에 익숙했던 학생들은 동영상 녹화본 강의로 대체된 대학 수업을 마치 쌍방의 피드백이나 교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인강(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동영상의 시간이 각자 천차만별이었던 것도 문제였지만, 상황에 맞추어 동영상 강의를 새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예전에 제작해 두었던 영상을 수정 없이 다시 사용한 경우, 그로 인하여 강의 내용이 적절하지 않거나 부실하여 강의의 질이 낮았던 경우, 동영상을 새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성만 흘러나오거나 강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동일하게 비대면이지만 시간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진행된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도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ZOOM 환경에 익숙하지 않아 학습 효율이나 전달력이 떨어지고, 피로가 누적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학교 측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후 학기부터는 동영상의 최소 재생 시간(75분 기준 50% 이상인 35분 이상) 지정하기, 녹화본과 실시간 비대면 강의를 병행해야 한다는 규칙 세우기, 설명 없는 단순 수업자료 업로드나 외부 콘텐츠는 수업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올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비대면 강의가 대면 강의보다 학생 및 교수자의 피로도가 높고, 전달력이 떨어지며, 결론적으로 성적 평가 시 부정행위를 잡아내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강의의 질에 대한 불만뿐만 아니라 성적 평가와 관련해서도 큰 논란이 일었다. 비대면 수업에서 시험 또한 비대면으로 진행할 시 시험 도중 부정행위 확인 및 처리 방법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고, 이로 인해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해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 학과에서 치른 20201학기 온라인 중간고사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제보가 접수되어 시험이 무효 처리되었으며 다른 과에서도 부정행위 제보가 있었다. 부정행위에 대한 학교 측의 무관용 원칙을 모두 숙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정행위가 실제로 일어난 것을 본다면, 비대면 수업 환경의 특성상 부정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방지책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사례 모두 시험 종료 후 학생들의 제보로 인해 부정행위가 알려진 만큼 비대면 수업 환경의 한계로는 교수자 및 조교가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이를 근거로 비대면 시험에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거세게 주장했다. 특히나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수업의 질이 만족스럽지 않고 학습 효율마저 떨어지는 와중에, 시험마저 부정행위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지만, 성적 평가는 A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이 제한적인 상대평가로 진행된다면, 그 결과는 모두에게 불공평할 것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여 2020년도 1학기 성적 평가를 전부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게다가 학사지원팀이 학기 말 추가로 올린 공지에 따르면, “온라인 시험에 따른 학생들의 부정 응시로 인한 공정성 훼손을 염려하여 이번 학기에 한해 별도의 성적 정정 기간을 두고 수강생들이 학점 성적 대신 급락성적(S/U)을 택할 수 있도록 결정하여 학생들이 수강한 과목 중 알파벳 성적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통과(Pass/Successful) 혹은 불통과(Non-Pass/Un-Successful)로 표시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학생이 이수 과목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알파벳 성적을 받았을 때, 총 이수학점에는 포함되지만 CGPA 성적 계산에는 포함되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성적이 절대평가로 전환된 데다가 S/U 선택 가능 여부까지 더해지자 비대면 수업의 질에 대한 논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212학기 현재까지도 비대면 교육의 질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받는 성적이 기존 상대평가보다 더 상승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절대평가 제도로 전환되면 그 불만이 사라지고 최종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해서 만족을 표현하고 마는 상황이 학기마다 반복되어 2년째 계속되고 있다.

 

 비대면 수업에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는 지속적으로 온라인 학교 커뮤니티에서의 여론, 학생들의 건의, 총학생회 안건 등을 통해 학교로 전달되고 있다. 기존 평가 방식인 상대평가는 A 비율이 수강 인원의 30%, AB를 합쳐서는 70%를 넘기면 안 된다는 제한이 있다. 절대평가는 학점 비율에 제한 없이 일정 기준을 넘기면 누구나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비대면 수업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가 거센 비판과 불만에서 만족과 환영으로 바뀔 정도로 두 방법에 큰 차이가 있다면, 이렇게 2년간 지속된 절대평가 전환 요구에서 알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수업의 질과 최종 성적에 대한 불만은 대면 수업 시절에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대한 욕망 표현이 이토록 거세진 이유는 비단 팬데믹 상황 하나 때문이 아닐 것이다. 경제 및 부동산 상황이 좋지 않은 현실 속에서 취업도 점점 어려워지고, 곧이어 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대학생활 중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활동은 수업뿐이 된 나머지 청년들이 미래와 관련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학점이 되었다. 대학의 사전적 정의는 교육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교수하고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팬데믹 이전부터 대학 캠퍼스에는 입결(대학 입시 결과) 순위, 취업률 현황, 유지 취업률 및 누적 취업률 순위, 다양한 고시 및 로스쿨 합격자 수, 대학 종합평가 순위 등의 지표가 현수막으로 휘날리며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학문을 배우고 사유를 넓히는 것 보다는 당장의 성적을 잘 평가받아 최종적으로 좋은 곳에 취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무의식적 인식은 이렇게 계속 누적되어 왔다. 비대면 수업은 이 인식이 극단적으로 표출될 수 있었던 계기에 불과하다.

고등 교육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불과 한 학기만에 이루어졌지만, 현재는 뉴노멀(new normal)이 된 채 2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고등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변질된 것처럼 느껴지는 대학의 기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코로나와 비대면 수업만 끝내는 것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재학생의 실망, 장애인 및 소수자 학생들의 소외, 대학 진학 인구 감소, 유학생 유치 경쟁 심화 등 급변하는 외부 환경으로 인해 대학의 생존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대학의 역할을 인지하고, 학점과 학위 이외에 대학이 줄 수 있는 차별화된 미래적 가치와 학습 환경을 새롭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지표인 성적만 믿을 수 있게 된 불확실한 사회에서 대학은 미래에 대한 학생들의 절박함에 보다 준비된 자세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