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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29호]<서유강론> 우수논문 소개 -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과 시민사회 대응 전략 본문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 정책과 시민사회 대응 전략
이헌아_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두 가지 질문
미국의 유명한 만화 ‘심슨네 가족들’에서 나온 장면이 있다. 아들 바트가 대학원생 흉내를 내자 엄마 마지는 이렇게 말한다. “놀리지 마라, 그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야”. 지난 2년간 대학원생으로 살아보니 사회에서 대학원생을 대하는 여러 애매한 반응들은 마지의 대화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친척들의 우려를 낳는 비경제활동인구, 때로는 학교에 계속 남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회사원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는 워너비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잘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성찰도 때로는 사치인 듯, 발제와 실험, 페이퍼 등 대부분의 대학원생은 해야 할 것이 넘쳐난다. 그렇기 때문에 직업이 공부라는 우스갯소리는 진담이 된다. 결국 ‘공부를 더 하고 싶은가’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는 대학원에서의 생활은 결코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
아마 대부분의 대학원생은 논문에 관해 각자의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한 선생님은 구글링을 500페이지 하신다고 하셨고, 한 동기언니는 논문의 참고문헌을 계속 따라가는 방법을 이용한다고 했다. 나는 온라인 전공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의 상황을 계속 주시했고, 주변 친구들이 온라인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관찰했다. 이번 『서유강론』에 싣게 된 논문도 이와 비슷했다. 어느 날 무심코 페이스북을 켰는데 사람 모양에 알림이 들어왔다. 서강대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 중국인 친구였다. 반가운 마음에 수락을 누르고 글을 남겼다. 그런데 나중에 ‘중국정치’라는 과목의 페이퍼를 준비하면서 생각하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있었나’는 의문은 꼬리를 물었고, 결국엔 해외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기에 아이디어를 얻어 중국 내 인터넷 이용인구의 급증과 스마트폰 보급을 연결 지어 이들을 하나의 ‘시민사회’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했고, 여러 실제 사례를 조사하여 페이퍼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 때 냈던 것을 더욱 발전시켜 『서유강론』에 투고했던 것이다. 다른 페이퍼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정치경제론’ 수업을 들으며 현실 공동체에 적용했던 개념을 온라인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이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페이퍼에 담았다. 그리고 실제 사례를 내 관심 분야에서 찾았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던 만큼 여러 방송프로그램들의 시청률과 동향을 거의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 팬카페들을 조사했다. 스스로 세운 분석틀에 사례를 ‘구겨 넣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페이퍼 평가 뒤 지도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부족하지만 한 학술지에 투고할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온라인은 특성상 직접 즐기고 주변 사람들의 이용 행태를 직접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얻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학문을 연결시키는 작업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교과수업에 집중하여 기존 이론의 적용가능성을 탐구하고, 나의 문제의식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과 사례를 적극적으로 찾는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 이는 내게 ‘맞춤형’ 방식이었고, 이런 작업을 통해 후속연구에 필요한 문제의식 역시 얻을 수 있었다.
대학원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많지만, 그 중 하나가 ‘시간관리’라고 생각한다. 직장인처럼 출근과 퇴근 개념이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하루 종일하는 공부가 몇 달씩 이어질 수 있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공부 방식은 사람을 대단히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스스로의 계획에 따라 유동적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기회였다. 학부 때 못한 것을 대학원생이 되어 몰아쳐서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 외의 시간은 내가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하면서 보냈다. 나의 문제의식에 적절한 답변을 내리는 것도 좋았지만, 취미 생활을 통해 다른 차원의 쾌감을 느끼는 것은 내게 활력을 불어넣어줬다. 사람의 명함 앞에 직업이 붙지만, 그 직업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닌 것처럼 공부를 직업으로서 대하되 내 생활의 전부처럼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는 분도 분명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와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서 삶의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지도교수님을 찾아가기에는 채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돌 때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생각의 방향을 잡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감사하게도 나의 대학원 동기들은 유능하면서 재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동기모임과 MT를 가며 떠들썩하게 놀다가도 학문에 대한 질문은 날카로웠다.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논문의 구조, 독창성, 실현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오히려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타성에 젖은 생각을 정확하게 짚어주기도 했다. 이런 과정은 때때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사하며 스스로를 제자리에 머물지 않게 도와주었다.
부족하지만 서강대에서 대학원생으로서 지냈던 지난 2년을 진솔하게 소개하려고 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은가’와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읽는 이들이 글 속에서 찾는다면 이 글은 절반쯤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어떨까’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면 이 글은 감사하게도 읽는 이에게 성공을 얻은 셈이다. 학부 포함 6.5년을 서강대에서 보냈다. 여섯 번째 구유를 보면서 내년 구유는 보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막상 서강대 학생 지위를 내려놓는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졸업을 못하면 섭섭한 마음이 더 클 것 같다. 논문은 쓸 때마다 어렵다는 현실적인 말로 이 글의 마무리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