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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61호] 마지막 블루 오션: 우주 본문
박 우 승 기자
요즘 세계에서 가장 핫한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일론 머스크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이자 항공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컴퓨터-뇌 인터페이스 회사 뉴럴링크,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 기업 오픈AI, 지하 운송 시스템 더 보링 컴퍼니 등의 다양한 첨단 과학 분야 기업들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는 대중들에게 트위터와 가상화폐로도 유명하다. 2018년 10월 무렵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가상화폐에 관한 관심을 처음 드러러내기 시작했고, 2021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시작한다. 지난 2021년 2월, 테슬라 기업에서는 15억 달러(약 1조 6,815억 원)를 투자해 비트코인을 매입하였다. 1,000만 원가량이었던 비트코인은 테슬라의 투자가 발표되자 6,000만 원을 돌파하며 이후 사상 최고가인 8,200만 원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2021년 11월 기준 테슬라는 10억 달러(약 1조 1,800억 원)의 평가 이익을 올리기도 하였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개인적으로 도지코인을 매입하였다고 발언하기도 하였는데, 0.00020달러였던 도지코인은 곧바로 68.40달러라는 최고점을 찍기도 하였다.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한 줄이 게시될 때마다 주식과 가상화폐의 가격은 급격하게 변동되었고, 머스크의 한마디는 말 그대로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에서 절대 권력으로 부상했다. 그가 정확하게 도지코인을 얼마나 매입하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여러 전문가는 추측한다.
가상화폐 투자를 통한 수익 외에도 일론 머스크는 지역 정보 제공 시스템 Zip2, 온라인 금융 서비스 페이팔, 전기차 테슬라 시리즈 등 각종 첨단 과학 기술의 개발과 매각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들였다. 그 결과, 일론 머스크의 성공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그는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포브스가 집계한 ‘2022년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서 올해 전 세계 부자 1위를 기록하며 3월 11일 기준 2,190억 달러(약 265조 5,400억 원) 가량의 순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졌다. 265조 5,4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자신의 장기 사업 구상이 담긴 마스터플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업의 규모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머스크는 과거부터 포화되어 있는 ‘레드오션’ 영역보다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만들며 새로운 ‘블루오션’ 영역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의 대학 시절 자료나 논문에서도 그가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영역은 전기 자동차, 태양광 에너지, 우주 개발이었다. 해당 관심사들은 머스크가 지닌 특별한 경쟁력인 마스터플랜에 자리 잡아 테슬라를 알파 기업으로 만들었다. 머스크는 2006년에 자신의 1차 사업 계획이 담긴 마스터플랜 1을, 2016년에는 2차 사업 계획이 담긴 마스터플랜 2를 공개한 바 있다. 마스터플랜 1의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패밀리용 차량이 포함된 다양한 전기자동차 모델의 생산 계획을 밝혔었고, 마스터플랜 2에서는 에너지 생산, 저장, 자율주행차 개발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머스크의 마스터플랜 1부터 마스터플랜 2까지는 주로 전기차의 보급과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결과, 2022년 1분기에 판매량이 감소한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에 비해 테슬라는 미국 시장에서 약 31만 대를 판매하며 인도량은 67.8%, 생산량은 69.4%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3월 머스크는 마스터플랜 3 구상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마스터플랜 3에서는 대규모 사업 확장을 비롯한 인공지능(AI)의 본격적인 개발이 제시되었으며, 스페이스X와 보링 컴퍼니의 사업 계획 또한 테슬라의 마스터플랜 3에 포함될 것이라고 소개하였다.
머스크의 마스터플랜 3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컴퍼니 등의 기업들을 서로 상호작용하게끔 만들며 일종의 큰 구축물로 진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즉 머스크의 머릿속엔 현재 테슬라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만들 궁리(야심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테슬라를 단단하고 몸집이 큰 글로벌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선 머스크의 ‘스타링크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가 핵심 키이다.
최근 스페이스X에서 사력을 다해 건설하고 있는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쉽게 말해 고도 330~570 km의 지구 저궤도에 2025년까지 1만 2,000개를, 2020년대 말까지 추가로 3만 개를 더 쏘아 약 4만 2,000개의 위성을 발사하는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높은 산, 바다, 사막 등 세계 어디에서도 로밍이나 끊임이 없는 새로운 통신 환경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위성 인터넷 통신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Arianespace의 스테판 이스라엘 CEO에 의하면 1957년 이래로 궤도에 올려진 9,000개 이상의 위성 중 스페이스X는 이미 스타링크를 위해 1,677개의 위성을 배치했으며, 오늘날 작동 중인 모든 위성 중 35% 이상, 50kg 이상의 위성을 포함하면 50% 이상이 일론 머스크의 소유라며 경고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일론 머스크가 쏘아 올린 위성의 숫자가 타 기업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있다는 점이며, 인공위성의 숫자와 저궤도 영역의 빠른 사유화는 기업이 가진 높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만약 머스크가 예고한 대로 2025년 이내에 1만 2,000개의 위성이 저궤도에 올라간다면 머스크의 기업들은 엄청난 절대 권력을 지닌 하나의 플랫폼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구글 플랫폼은 SpaceX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각지대 없이 곳곳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파트너십을 채결하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큰 덩치들끼리 손을 잡아 더 큰 덩치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 지구의 저궤도 영역은 일종의 공공 지대이므로 우주는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자 인클로저(enclosure) 할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다. 즉 우주에는 주인이 없기 때문에 한마디로 먼저 차지하는 자가 승자가 되는 것이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 국가 간의 경쟁장이었던 우주 영역은 소련의 붕괴와 미국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종료됨과 함께 ‘올드 스페이스’로 밀려났다. 정부의 우주 사업은 주도성이 약해진 것이다. 이제 우주 공간은 더 이상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플랫폼들의 경쟁장으로 봐도 무관하며, 집주인이 없는 빈집이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스타링크가 저궤도 영역에서의 위성 네트워크를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된다면, 우주 공간과 동시에 지상에서도 인공 인터넷망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 독점의 위험이 당연히 존재하게 된다. 비록 스페이스X뿐만이 아닌 아마존의 블루오리진, 중국의 위성 인터넷망 궈왕, 영국의 원웹 등의 다양한 민간 기업들도 앞다투어 지구의 저궤도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열심히 따라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스페이스X가 매우 앞서있다.
스페이스 X의 위성이 급증함으로써 우주에는 우주쓰레기, 천문학 관측 방해, 우주 교통사고 등 인류의 무차별 개발에 대해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태양 기후 변화가 위성 궤적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많은 위성의 궤적은 일일이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인공위성이 쏘아 올려질수록 우주 교통사고가 날 확률은 매우 커진다. 중국 정부에서는 스타링크가 소유하고 있는 위성이 작년 7월, 10월에 중국의 우주정거장과 두 차례 충돌할 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요구하며 스페이스X와 미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우주에서의 단순 교통사고가 자칫 국가 간의 큰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우주와 관련된 법으로는 1967년 우주조약으로 처음 제정된 국제 우주법이 있다. 해당 법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 우주의 과학탐사와 자원 이용 자유, 절대 책임, 국가 책임의 4대 원칙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국제 우주법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며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주 공간을 공공재로써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구속력을 형성하고, 구체적인 규범을 구축하며 기존의 법에서 세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저궤도 위성의 파장을 사회적으로 조정하지 못한다면, 우주의 풍부한 잠재적 능력은 빠르게 고갈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치경제학 관점에서도 일론 머스크의 인공위성 인터넷 활성화는 이용자들의 개별 데이터를 추출해 잉여가치를 지닌 빅데이터로 만들어 일종의 집합적 재산으로 사회적 부를 독점할 수 있는 막강한 플랫폼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방식은 모든 플랫폼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탄력적인 다이어그램을 가지며 매번 유연하게 넓어지고 한계가 없어지는 빅데이터를 기존의 5G, 해저 케이블에 비해 더 좋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링크를 품은 머스크의 플랫폼은 그야말로 괴물 위의 괴물이 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스타링크를 통해 이용자들은 더욱 향상된 인터넷 환경에서 자유를 누릴 수도 있지만, 이용자들의 창의적이고, 자발적이며 저항적인 행위들은 전부 플랫폼의 시장가치로 전환되어 권력 지배의 구조 안에서 자유를 누릴 수밖에 없다. 과연 일론 머스크가 우주라는 블루오션을 독점하며 ‘철의 왕좌’에 오를지, 혹은 인류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길을 열어줄 것인지는 앞으로도 꾸준히 주시하며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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