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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0호] 뒤돌아보지 않는 물가의 세계

dreaming marionette 2022. 4. 22. 09:00

오유선 기자

 

  거리 두기와 영업 제한이 완화되어가는 요즘, 간간이 잡히는 약속을 위해 집을 나서다 보면 늘어가는 결제 알림과 줄어드는 잔고 사이의 인지부조화로 당황할 때가 있다. 3,000원이면 해결되던 중국집은 기본 5,000원, 혹은 8,000원~10,000원을 준비해야 할 때가 늘어났다. 어느샌가 1만 원대 중반을 넘어서는 파스타 집이 종종 보인다 싶었는데, 이제는 2만 원대를 안 넘으면 파스타치고 괜찮은 값에 먹었다는 기분이 든다. 후식이라도 먹으러 카페에 가면 조금 전 먹었던 밥값에 필적하는 커피를 발견하기 일쑤고, 케이크 등의 디저트를 추가하는 순간 밥 한 끼를 더 사 먹은 꼴이 되고는 한다. 문득 추억의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마트에 가보면 추억의 크기는 변함없거나 더 작아졌는데 가격만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이처럼 일상생활 곳곳에서 느껴지는 물가 상승,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오르막만 있고 내리막은 없다는 물가 상승의 현황과 그 전망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과 걱정의 시선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가와 물가지수

  그렇다면 물가와 관련해 이야기를 시작해보기 전에, 우선 물가가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명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가는 무엇일까? 단순히 물건의 값을 말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떤 물건의, 어느 지역의, 어느 시점의 가격을 말하는 걸까? 우리는 과자를 살 때 값을 지불한다. 이때의 가격은 과자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화폐의 양을 의미하며, 각각의 물건들은 각각의 값을 지닌다. 이때 시간이 지나 기존에 500원이었던 과자가 1,000원으로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해당 과자 하나로 우리나라의 전체 물가를 파악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물가는 개별 상품이 아닌 수많은 상품들의 가격을 가중 평균한 종합적인 가격수준, 즉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러 상품의 종합 적인 가격수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가가 올랐다는 것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들의 전반적인 가격수준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물가의 의미와 더불어 물가의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 물가지수 (price index)의 개념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가지수는 일정 기간 동안의 물가수준 변동을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비교 연도 물가 ÷기준연도 물가)X100으로 계산한다. 이는 기준연도의 물가를 100 으로 놓고 비교되는 다른 시점의 물가를 100과 비교해서 만든 수치에 해당하며, 예를 들어 물가지수가 110인 경우 기존 물가에서 10% 올랐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발표하는 주요 물가지수에는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수출입물가지수 등이 있으며 이들은 시차를 두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물가 상승률은 이러한 물가지수가 일정 기간 동안 증가한 비율을 의미하며, 통계청 등에서 발표 하는 지수물가와 더불어 소비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 사이에는 산출 과정, 가격 비교 시점, 심리적 요인 등으로 인해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일상에서 물가 변동 양상과 관련해 이야기할 때는 주로 앞서 살펴본 물가지수와 물가 상승률을 언급하곤 한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개념으로 물가상승 확산지수(diffusion index)를 추가해 볼 수 있다. 물가 상승 확산지수는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들 가운데 물가가 상승한 품목 비중의 가중치를 고려하여 지수화한 것으로, 50을 기준으로 확산지수가 이보다 클수록 물가 상승 품목의 비중이 하락 품목의 비중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가 상승 확산지수가 높다는 것은 보다 광범위한 품목에서 물가가 오르는 양상이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외 물가 흐름

 

  최근 물가의 흐름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물가와 물가지수, 그리고 물가상승 확산지수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물가의 흐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휘발윳값과 경윳값을 비롯한 유가 상승과 더불어 리튬, 니켈 등의 자원, 곡물과 내구재 등 다양한 품목에서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물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더불어 미국, 유럽 등의 주요국 역시 최근 물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7.9%로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유럽 지역 역시 올 2월 5.8%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이며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주요국들은 2022년의 물가 상승률 또한 높을 것이라 전망하며 예상 수치를 큰 폭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 수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 연속 3%대로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과 더불어 앞서 살펴본 물가 상승 확산지수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때 물가 상승과 더불어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품목에 걸쳐 물가 상승의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가는 품목에 따라 외부 충격으로 물가 변동이 큰 품목인 비근원 품목 물가와 이를 제외한 근원 품목의 물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물가 흐름을 보면 근원 품목의 물가 상승이 두드러짐과 동시에 국제 환경으로 인해 비근원 품목의 물가 또한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다. 즉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품목의 불안정성이 존재함과 동시에, 외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물품들 역시 물가 상승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상승하는 근원물가

 

  현재 우리나라는 외부의 충격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근원 품목의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때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비근원 품목에는 농산물 및 축산물, 식료품, 석유류 등의 에너지 자원 등이 해당하는 반면, 이를 제외한 서비스, 공업 제품, 부동산, 외식 등은 근원 품목에 해당한다. 비근원 품목의 경우 생산국의 공급 환경 혹은 물류 여건 등에 따라 급격한 가격 상승이 일어날 수 있지만, 해당 원인이 해결된다면 안정 또한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근원 품목의 물가가 오르는 현상은 비근원 품목에 비해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을 지닌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근원물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근원 품목 중 물가 상승이 가장 두드러졌던 물품은 외식 물품이었다.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총 39개의 외식 품목 중 커피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가격이 전년 대비 4.8%가량 인상되었으며, 2022년 1월 커피 가격 또한 인상되며 결국 39개의 외식 품목이 모두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인상되었다. 또한 39 개의 외식 품목 중 35개가 3% 이상 가격이 오르며 외식 품목 전반에 걸쳐 상당한 물가 상승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상승세는 2022년에도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식 품목과 같은 근원 품목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큰 품목이기에 근원 물가의 상승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안한 비근원 품목

 

  꾸준히 상승하는 근원 물가와 더불어, 우리나라 물가는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비근원 품목의 불안정성에 특히 취약한 편이다. 대표적인 비근원 품목인 에너지 분야를 살펴볼 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 가격이 차례로 2,000원을 돌파하며 시민은 물론 화물업계 전반의 생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우선 휘발유의 경우 2022년 3월 17일 전국 평균 2003.42 원, 서울 평균 2088.23원을 기록하며 2012년 이후 10년 만에 L 당 2,000원을 넘어섰다. 이어서 2021년 초 L 당 1,200원대였던 경윳값은 2022년 3월 말 전국 평균 1,900원대까지 올랐고, 특히 서울 평균 경윳값은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14년 만에 2,000원을 돌파하며 휘발윳값을 뛰어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또한 최근 멕시코, 칠레 등의 리튬 공급 제한, 인도네시아의 보크사이트(알루미늄의 원재료) 수출 중단,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법 시행 등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자원민족주의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현재 농산물 가격 또한 전 세계적으로 급등세를 보이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일반 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자원은 물론 농산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타격의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가 하나의 거대한 공급망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현재, 식량 수급의 안정화 및 약 10년간 한정적이었던 해외 자원의 개발 등의 방안을 통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