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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8호] 개인을 내세운 단체 대한축구협회

이윤종 기자

 

 최근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으로 축구계가 뜨겁다. 많은 사람이 이강인 및 관련 선수들을 비방하며, 아시안컵 4강 탈락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도 사임 전까지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렇게 앞으로 내세워진 개인들은 많은 사람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사태를 유발했다고 할 수 있는 대한축구협회는 이번에도 앞에 나와 그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으며, 방관하고 있다. 대다수는 이강인과 클린스만과 같은 개인들에게 화가 났지만 정작 우리가 책임을 물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바로 대한축구협회이다. 그동안 대한축구협회의 대처가 어떠했는지 알아보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자.

<출처 : pixabay>

 

클린스만 감독 선임과 관리 


 전임 감독이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과의 계약이 불발된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기 위하여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으로 마이클 뮐러를 임명하였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레 클린스만 감독이 새로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떠오르며 선임되었다. 대한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기준을 세우고 61인, 23인, 5인으로 감독 후보군을 좁혀가며 면접 진행 후 최종 후보군 2인 중 1순위인 클린스만을 감독으로 선임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클린스만이 독일 매체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는 매우 다르다. 먼저, 파울루 벤투 감독과의 계약이 불발되기 전 22년 12월에 먼저 대한축구협회에서 클린스만에게 연락했으며, 그 이후에 전력강화위원장이 선임되었고, 선임 기준이 세워졌으며,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의 주장과 클린스만의 주장이 어긋난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해외에서는 커리어가 끝난 감독이며, 평판이 좋지 않고, 직전 구단에서도 무책임하게 사퇴했던 경력 단절의 감독이었다. 심지어 독일 매체 ‘엘프프로인데’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걱정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게 우여곡절이 많은 선임 과정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선임 후에도 클린스만을 전혀 관리하지 못했다. 클린스만은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 감독과 다른 일을 겸직하였으며, 한국에 상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였고, 대표팀 선출도 서면으로 제출하는 등 전 감독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행보를 펼쳤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고, 설득하지도 못했다. 더 문제인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 원래 이렇게 일하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데 협회는 이런 감독을 선임했고, 관리도 못 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2023년 3월 28일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이 있기 1시간 전,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인 100명에 대한 징계를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사면 대상자 중에는 승부조작 사건 관련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밝힌 사면 이유는 창립 90주년을 맞아 축구계 대통합을 위함이라 하였다. 논란이 되었던 것은 징계 사면 발표가 평가전 1시간 전이었다는 점과 승부조작 축구인들이 사면에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를 비롯한 K리그 서포터, 축구 유튜버 및 관련인들이 많은 비판을 내자, 사면을 철회하였다. 그리고 다수 임원진의 사퇴가 잇따랐다. 중요한 점은 사면과 관련된 개인들에게 비판이 있을 때도 축구협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뒤에 숨어있었다. 전혀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


 2024년 2월 14일 영국 매체 ‘더 선’은 요르단전에 출전한 손흥민의 손가락 탈구 부상이 팀 동료와의 몸싸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을 비롯한 어린 선수들이 탁구를 하기 위해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손흥민은 그들에게 불만을 표하였다. 이에 어린 선수들 무리가 손흥민에게 대들면서 그것이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팀 동료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부상을 입었다. 고참 선수들은 당시 감독이던 클린스만을 찾아가 이강인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였다. 놀라운 것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해당 논란에 대하여 바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기사 이후, 이강인은 대한민국 축구 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비난받게 되었다. 이강인을 광고 모델로 사용한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도 나타났다. 이에, 파리바게뜨, SPOTV, KT, 넥슨, 아라치 치킨 등은 이강인 관련 포스터나 선물, 광고 등을 중단 및 철회하였고 재계약을 중단하기도 하였다. 한 편, 대한축구협회는 ‘더 선’의 보도가 사실이라는 것만 인정하고 후속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람들의 반응이 더 거세지면서 이강인은 결국 두 차례에 걸친 사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이강인은 관련 선수들에게 사과를 전하였고, 손흥민에게는 직접 런던으로 찾아가 사과를 전하였다. 이강인의 사과를 받은 손흥민도 더 이상 이강인에 대한 비방을 멈춰달라며 입장문을 게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에 대한 축구팬들의 민심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주범이 이강인만의 잘못인 양 축구협회는 또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


 최근 클린스만 전임 감독의 경질 이후, 여러 차례 임원 회의에 불참하며 숨어버렸던 정몽규 회장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보였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때는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사임하지도 않았고, 연임에 대해서도 대한체육회에게 책임을 돌렸다. 클린스만 선임에 대해서도 벤투 감독 선임과 같았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클린스만 선임이 정몽규 회장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는 말도 있다. 심지어 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 문제에도 개입했다는 설이 돌기도 하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는 이에 대해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예를 들어,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이 벤투 감독 선임 과정과 같았다면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사람들에게 밝히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힌 적이 없다. 기자회견 당시, 사람들에게 클린스만 감독 이후의 감독 선임에 대해서 대중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처럼 말하였으나 이 역시도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애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려다가 대중들의 반발에 임시 감독으로 그것도 U-23 감독인 황선홍 감독을 겸임으로 임명하면서도 협회나 정몽규 회장이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강인과 손흥민의 다툼에 대해서도 황선홍 임시 감독이 개인의 의견으로 입장을 드러낼 뿐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논란이 생길 때마다 논란이 사라질 때까지 애써 현실을 외면하며 논란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 밖에도, 선수들과 협회 직원이 카드놀이를 했다거나 협회 직원이 선수들 유니폼을 뒷거래했다는 둥 여러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협회는 늘 그렇듯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기사에는 그저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이란 말만 존재했다. 이강인은 사과했고, 손흥민은 개인 입장을 냈으며, 황선홍 임시 감독도 본인의 기준을 내세웠다. 그러나 협회는 사과도, 입장정리도, 어떠한 기준도 말하지 못하고 개인에게 모든 일을 전가하는 중이다. 협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그들을 신뢰할 수 없고, 그것은 감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경기를 뛰는 것의 자부심을 퇴색시킬 수 있다. 용감한 개인보다 비겁한 단체의 행보는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 협회는 지금이 큰 위기임을 깨닫고, 다음 정식감독 선임부터 다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