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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호] 평범했던 우리의 삶을 럭키비키(LuckyVicky)한 삶으로 : 프레임의 변화, 도서 <프레임> 본문
[169호] 평범했던 우리의 삶을 럭키비키(LuckyVicky)한 삶으로 : 프레임의 변화, 도서 <프레임>
dreaming marionette 2024. 7. 3. 10:00
한양대학교(ERICA) 영미언어문화학과 최신원
‘원영적 사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여자 아이돌그룹 IVE의 멤버 장원영 씨의 초긍정적 사고에서 비롯된 인터넷 밈(meme)이다. 해당 사진은 장원영 씨의 X 팬 계정에 작성된 게시글이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이 반 남아있다는 사실을 단순한 긍정을 넘어 ‘원영적 사고’를 거쳐 초월적인 긍정을 통해 해석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위의 ‘럭키비키’는 행운을 의미하는 형용사 ‘lucky’와 장원영 씨의 영어 이름 ‘Vicky’를 합친 합성어이다. 이렇게 같은 상황을 더욱 지혜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있다. 바로 책 <프레임>이다. 책은 프레임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세상을 더욱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한다. ‘원영적 사고’는 물이 절반 남아있는 평범한 상황 프레임을 럭키비키한 상황 프레임으로 바꾸어 재해석했다. 책 저자는 건물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그 창만큼의 세상을 보게 되듯이, 우리도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창을 통해서 보게 되는 세상만을 볼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마음을 비춰보는 창으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이끄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보는 세상을 제한하는 검열관의 역할도 한다. 책에는 프레임의 몇 가지 사례가 나온다.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아버지가 운전하던 차의 시동이 기차선로 위에서 갑자기 꺼졌다. 달려오는 기차를 보며 아버지는 시동을 걸려고 황급히 자동차 키를 돌렸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기차는 차를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었고 아들은 크게 다쳐 응급실로 옮겨졌다. 수술하기 위해 급히 달려온 외과 의사가 차트를 보더니 “난 이 응급 환자를 수술할 수 없어. 얘는 내 아들이야!”라며 절규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버지는 아들과 사고를 당한 뒤 그 자리에서 죽었다. 혹시 의사가 친아버지이고, 야구장에 같이 간 아버지는 양아버지였을까?
이 상황이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 외과 의사가 아들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읽는다면 어떤가? 응급수술을 담당하는 외과 의사라는 말에 거의 자동으로 남자를 떠올린 사람은 오랜 역사를 통해 뿌리 깊게 형성되어온 프레임의 희생양일지 모른다.
<그럴 줄 알았지!> 두 문장이 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애정이 식는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 애정이 더 깊어진다.” 이 문장은 서로 반대되는 입장이다. 사람들에게 이 문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본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두 문장 모두 놀라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그 말에 동의한다.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어떠한 상황도 놀랍지 않은 것이다. 첫 번째 문장에 대해서는 “그거야 당연하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도 있잖아.”라고 응답한다. 두 번째 문장에 대해서는 “당연하지, 서로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이 커지고 그러다 보면 애정이 더 쌓여가는 거야.”라고 응답한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설명하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당연시하며 그 일이 처음부터 일어날 줄 알았다는 듯이 자신할 때, 우리는 현재 프레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공돈과 푼돈> 한 남성이 아내와 여행을 가서 우연히 주머니에 넣어놓고 잊어버린 5달러를 얻게 되었다. 호텔에서 아내가 씻는 동안 아내 몰래 카지노에 가서 우연히 얻은 5달러로 베팅을 하여 계속 승리했다. 결국 5달러로 시작한 베팅이 2억 6,200만 달러가 되었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한 번 더 베팅했다가 2억 6,200만 달러를 모두 잃게 되었다. 남자는 호텔 숙소로 돌아왔다. 어디에 다녀왔냐는 아내의 말에 사실 카지노에 갔고 5달러밖에 잃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5달러 일지라도 월급 중 5달러와 주머니에 넣어놓고 잊어버린 공돈 5달러는 같은 값어치다. 그러나 공돈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어 그 돈은 어차피 없었던 돈이라는 프레임이 작용하여 결국 돈을 쉽게 써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액수가 적은 돈에는 습관적으로 푼돈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1년에 구독료가 120,000원이라고 하는 것과 한 달에 10,000원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같은 뜻이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 한 달 구독료로 프레임 하게 되면 그 돈을 소소한 돈, 즉 푼돈으로 바라보게 된다. 신용카드의 할부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또 다른 예시로 ‘1,000,000원 값어치의 TV를 1시간 거리 매장에 가서 구매하면 30,000원 할인.’, ‘50,000원 값어치의 계산기를 1시간 거리 매장에 가면 30,000원 할인.’ 두 가지 상황 모두 절약할 수 있는 절대 액수는 30,000원으로 동일하다. 계산기를 살 때 절약하는 30,000원은 귀한 돈이고, TV를 살 때 절약하는 30,000원은 이보다 덜 귀한 푼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일기간에 이루어지는 충동구매의 대부분은 ‘원래 가격’이라는 프레임의 함정에 넘어간 결과다. 원래 500,000원 상당의 물건을 200,000원에 사면 사람들은 300,000원을 아꼈다고 착각하지만, 200,000원을 지출한 것뿐이다.
위의 사례들처럼 프레임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을 달리한다. 이런 프레임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프레임의 지배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인스타그램이라는 거대한 온라인 공간 속 프로필이라는 작은 프레임으로 ‘나’라는 사람을 표현한다. ‘나’라는 복잡한 존재를 프로필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표현해야 하니 그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 낸 프로필이 ‘나’라는 사람의 전부인가? 라는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의 프로필로는 ‘나’를 전부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의 프로필을 보고는 타인에 대해서 쉽게 정의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교도 발생한다. 예를 들면, 나는 휴가를 가지 못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해외여행을 간 타인의 인스타그램, 나는 번번이 취직에 실패하는데,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타인의 인스타그램 등. 상대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판단하며 현재 나의 모습과 비교하기가 너무 쉬워졌다. 이제는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해진 것 같다. 그 끝에는 성취감과 도전정신보다는 공허함이 남는다. 남들보다 잘하는 것만 하겠다고 안주하는 마음, 남들에게 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마음은 결국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드물듯, 서툴더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의 저자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타인과의 비교는 설령 그 대상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더라도 너무 자주 하게 되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숨에 비교하던 습관을 끊어내기란 쉽지 않다. 비교하던 습관을 건강한 습관으로, 점진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남들과의 횡적인 비교가 아닌, 과거 자신과의 비교. 혹은 미래의 자신과의 종적인 비교가 그나마 생산적이고 건강한 비교다.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남들과의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하는 것, 다른 사람들보다 물질적으로 더 잘 사는 것이 주는 만족은 일시적이다. 책 <프레임>은 '과거보다 발전한 나'. '미래에 발전할 나'인, ‘최선의 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글을 마치며 책에는 프레임에 대해 더욱 자세한 사례와 연구들이 소개되어 있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면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지혜로운 프레임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닌, 건강한 프레임으로 문제를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믿고 행동하는 우리의 연약함을 훈련할 수 있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성인이 되어서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영역이든 그 사람의 ‘중단 없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반복의 위력은 결코 과소평가 될 수 없다. 인지심리학 분야에서 ‘10년의 법칙’이라는 규칙이 존재한다. 어떤 분야에서건 전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이상 부단한 노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타고난 천재성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집중과 반복의 산물이다. <프레임: Frame; 틀, 뼈대> 프레임의 사전적 정의이다. 액자에 사용되는 프레임(틀), 건물의 프레임(뼈대) 등 이것들은 한번 만들어지면 바꾸기란 쉽지 않다. 프레임은 단순한 마음 먹기가 아니다. 한 번의 결심으로 프레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여태 살아온 삶의 습관이기 때문에, 그것이 한 번에 변화되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프레임을 바꾸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건강한 프레임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평범했던 우리의 삶이 <프레임>의 변화를 통해 럭키비키한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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