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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호] 탕수육 먹는 것만 봐도 성격 딱 보이네! 부먹파 대 찍먹파 성격 비교 본문
허용회(심리학 칼럼니스트, 전문 강연자)
탕수육을 소스에 부어 먹는(찍어먹는) 사람들은 각각 어떤 사람들일까?
어느 날,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는데 예상외로 재미있는 반응들이 나왔다.
‘왠지 ‘부먹’들은 눈치가 없을 것 같아’, ‘찍먹들은 상대적으로 깐깐한 사람들이려나?’, ‘부먹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귀찮아서 그런 걸 거야’, ‘부지런히 찍어 먹는 사람들은 성실한 걸까?’ 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학술적으로 별 가치는 없겠지만 이거 정말 재밌겠다는 촉이 왔다. 그래서 내친김에 ‘탕수육 심리검사’를 만들어 필자의 개인 블로그와 SNS를 통해 응답을 수집하였다. 지금부터 분석 결과를 여러분에게 소개하겠다.
응답자 정보
수집한 전체 107명의 데이터 중 남성은 82명(76.6%), 여성은 25명(23.4%)으로 조사되었다. 나이에 따라 분류한 결과, 65명은 30대 응답자(60.7%)였으며, 40대 이상은 27명(25.2%), 20대는 15명(14.0%)이었다.
부먹인가, 찍먹인가?
집계 결과 부먹이 46명(43.0%), 찍먹이 43명(40.2%)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후술하겠지만 양적 분석을 위해 리커트 6점 척도 형식으로 ‘부먹선호도(당신은 부먹을 얼마나 선호하십니까?)’, ‘찍먹선호도(당신은 찍먹을 얼마나 선호하십니까?)’를 측정했으며, 부먹선호도와 찍먹선호도 간의 평균값은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결국 부먹 반, 찍먹 반이었다. 유명한 난제에 걸맞은 절묘한 밸런스(?)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부먹도, 찍먹도 아니라고 응답한 ‘제3세력’도 18명(16.8%)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볶먹’, ‘상관없다’, ‘반반’, ‘간장’, ‘처먹(물주가 먹자는 대로 먹으면 된다)’ 등의 응답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처먹’에 공감이 갔는데, 부어 먹든 찍어 먹든 일단 배는 채우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얻어먹는 처지면 부먹 찍먹 가릴 때가 아니다.
부먹(찍먹)이라고 다 같지 않다
부먹(찍먹)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더 자세히 탐구하고자 탕수육 먹는 습관과 관련된 다양한 문항을 만들었다. 참고로 각 문항 앞에 ‘(부먹)’이라고 기재된 문항은 부먹을 고른 응답자에게만, ‘(찍먹)’이라고 기재된 문항은 찍먹을 고른 응답자에게만 제시되었다. 1
먼저 ‘(부먹) 소스를 붓기 전에 주변에 동의를 먼저 구한다’ 라는 문항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반면 ‘(부먹) 탕수육을 먹기 전 일단 소스부터 붓고 본다.’ 라는 문항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응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동의는 구하는 것이 ‘형식적인 절차’일 뿐인지, 미안하고 눈치가 보이기 때문인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부먹) 소스를 부어버린 게 남에게 미안할 일은 아니다’, ‘(부먹) 소스를 부으면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라는 문항에 대해 부먹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다소 엇갈렸다.
특히 부어버린 것이 미안하지 않다, 소스를 부으면서 눈치를 안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으니, 이러한 생각들은 종종 발생하는 부먹파와 찍먹파 간 갈등의 원인일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해 보는 바이다.
이번에는 찍먹파의 상세 입장이다. 소스를 찍더라도 한 번만 찍는다는 의견이 크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이 찍더라도 부먹으로 치부될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부먹파 내부의 입장 차이와 달리, 찍먹파 사이에서는 '여러 번 찍든 한 번 찍든 우린 다 같이 찍먹파'라는 유대감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부먹(찍먹)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어떤 성격일까?
부먹파와 찍먹파의 성격을 비교해 보기 위해 성격심리학의 HEXACO 모델(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 정직/겸손성)에 따른 성격 문항들을 설문조사에 포함하였다. 대부분 지표가 양적 변수이기 때문에 피어슨 상관분석을 진행하였다.
① (전체) 친화성 원점수와 찍먹 선호도 간의 양의 상관(.179)이 나타났다. 좀 약한 상관이지만, 있는 그대로 해석해 보자면 '남을 잘 배려하고 온화한 사람일수록 찍먹을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보고 '찍먹'의 사회적 규범으로서의 의미를 떠올렸다. 즉, 단순 기호에 의해 찍먹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회적인 규범으로 간주하여(다른 사람을 생각/부어버리면 싫어할 사람을 배려) 찍먹을 선택한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② (세대별) 20대에서는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이 부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무려 .710으로 굉장히 높다. 소스와 고기가 한 데 버무려진 무질서(?)를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미안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30대의 경우,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이 찍먹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학교 → 직장으로 넘어가면서 탕수육 메타가 찍먹 → 부먹으로 바뀔 만한 명확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솔직히 그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 부분에서는 '탕수육 찍먹/부먹 선호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세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약간의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의의를 둘 수 있지 않을까 한다.
③ (성별)(세대별) 남자, 40대 이상(사실상 40대)의 경우, 성실성 점수와 부먹 선호도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특히 성실성1, 성실성3 문항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났는데, 이들 문항은 성실성의 하위 특성으로 간주되는 '질서(정연성)'를 반영하고 있다. 해석하면 일의 순서나 절차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찍먹보다는 부먹을 더 선호한다는 의미가 된다. '자고로 탕수육이란, 고기에 소스를 올리는 것까지가 원래의 (정해진) 순서인 게지' 뭐 이런 속내일지도 모른다.
④ (세대별) 20대 데이터 한정, 외향성과 부먹 선호도 간의 강력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참고로 외향성이라는 성격 안에는 자신감, 활기, 모험 추구, 낙관적 태도 이런 것들이 들어가는데, 좀 더 과감하고 진취적인 20대가 그만 확 소스를 부어버리는 일을 저지른다는 의미일 수 있다. 물론 이번 조사에서 20대 응답자는 15명밖에 안 되므로 속단은 어렵다.
MBTI와 부먹/찍먹 선호의 관계
학술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지표가 MBTI이지만 어차피 이 설문 주제 자체가 학술적이지 않으므로 재미 삼아 응답자들의 MBTI 성향도 같이 조사했다(MBTI 검사를 실시한 것은 아니며 단답형 문항으로, 응답자들에게 자신의 MBTI 성향을 알려달라고 했다). MBTI 유형 분포 및 유형별 부먹/찍먹 선호 분포는 다음과 같았다.
우선 응답자 중에서는 INTP가 17명, INTJ가 15명, ISFJ가 10명 순으로 가장 많았고, ‘모름’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3명이었다. 참고로 집계되지 않은 유형도 2가지 있었다. 다음으로, MBTI 유형별 부먹/찍먹 선호 분포의 경우,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 검증하고자 카이제곱 검정을 시도하였지만 이렇다 할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만 가장 다수인 INTJ, INTP, ISFJ의 경우, 부먹보다는 찍먹을 선호하는 이들의 수가 조금 더 많았다.
이번에는 MBTI 각 축별로 부먹/찍먹선호도, 부먹/찍먹 여부 값에서 차이가 나타나는지 상관분석을 진행하였다. 참고로 분석을 위해 MBTI 유형 변수를 총 네 개의 변수로 분리하였다(EI, SN, TF, JP). 분석 결과, 안타깝게도 이번 상관분석에서는 눈에 띄는 결과가 없었다.
그나마 40대 이상 데이터에서 JP와 찍먹선호도 간의 음의 상관관계가 간신히 나타났다(-.385). 해석하면 판단형(J)일수록 찍먹 선호도가 더 높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MBTI 각 축별 부먹/찍먹선호도 점수 상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이번에는 독립 T검증을 진행하였다. 2 분석 결과, 대부분 유의한 값을 찾을 수 없었고 다음의 딱 두 가지 결과만이 (경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20대에서 외향형E인 이들이, 내향형I인 이들보다 찍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40대 이상에서 판단형J(≒성실성)인 이들이, 인식형P인 이들보다 찍먹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 결과는 앞서 다뤘던 피어슨 상관분석 결과와 반대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는 외향적인 20대, 성실성이 높은 40대 이상이 부먹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검사 종류의 차이 때문인 걸로 보여지지만, 심리학 전공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MBTI 기반 결과보다는 HEXACO 모델 기반의 분석 결과에 좀 더 무게를 두고자 한다.
이런 병맛 연구(?)를 하게 된 이유
필자는 심리학 작가이자 대중 강연가로 활동하며 크게 두 가지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첫째, 어렵고 복잡하지만 가치 있는 심리학 논문을 쉽게 전달하자. 둘째, 심리학을 재미있게 활용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을 알게 하자. 그런데 상당수의 심리학자들은 두 번째 이야기를 싫어한다. 심리학에는 유독, ‘내 마음을 맞춰봐’라는 둥, ‘샤워할 때 씻는 순서로 알아보는 성격 테스트’라는 둥, 오해와 가짜가 판을 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이 생각보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학문이라는 걸 기회만 되면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필자는 심리학이 받는 오해를 역설적으로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탕수육 부먹 대 찍먹 논쟁에 심리학을 버무려 봤는데 여러분은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과학적으로는 쓸모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었다면, 그래서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심리학을 제대로 배워볼 마음이 생겼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탕수육 논쟁 이외에도 ‘민트초코 호불호 논쟁’, ‘계란 완숙 대 반숙’, ‘치킨 대 피자’, ‘강아지 선호 대 고양이 선호’, ‘호랑이와 사자 중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등 현실 살이에는 정말 쓸데없지만 그래도 왠지 가끔은 끝장을 보고 싶은, 그런 류의 난제들이 많이 있다. 심리학이 이 난제들에 무슨 통찰을 제공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지 않는가?
- 참고로 ‘남인’, ‘북인’, ‘대북’, ‘소북’, ‘소론’, ‘노론’ 등의 문항 분류는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탕수육으로 본 조선시대 붕당의 이해 해석본’ 글에 기초한 것이다. (https://pgr21.com/freedom/42862), (https://www.pgr21.com/pb/pb.php?id=freedom&no=42883) [본문으로]
- 독립 T검증은 보통 두 개 집단(여기서는 E(외향성) VS. I(내향형) 등) 간 점수 지표상의 유의한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알아보는 절차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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