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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호] 신드롬에 열광하는 우리나라, 이대로 괜찮은가?

dreaming marionette 2024. 7. 3. 10:00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김의현

 

 TV, OTT 콘텐츠,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포함해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3대 멘토, 3대 해결사, 3대 교육자로 불리며 영향력이 상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백종원’, ‘강형욱’, ‘오은영이 세 사람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나 반연예인으로서 방송가를 꽉 잡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식사업, 반려견 문제, 심리상담에 있어서 멘토 혹은 해결사라 불리며 전문가테이너의 시대로 흐름을 바꾸고 있다. 각자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나 결국은 인간 본연의 문제를 들여다보며 소통하고 공감하며 개선해나가는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공통된 양상을 보인다. 더 나아가, 답답한 문제를 통쾌하고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포맷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간단명료한 솔루션을 통해 개선된 모습으로 변화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기에 계속해서 인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기존의 교양 프로그램과 달리, 게스트와 패널 그리고 전문가를 동반하여 예능적 요소를 갖추면서도 제대로 된 전문적 지식이 더해지고 있기에 비전문가로 이루어진 타 예능과는 차별점 및 경쟁력이 있다. 사회적 문제는 더 악화되고 이들을 찾는 방송가의 러브콜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아 전문가 기반의 프로그램은 입지를 더 단단히 굳혀나가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방송가를 장악한 이 세 명의 전문가가 제공하는 모든 솔루션을 찬반의 논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까? 백종원의 골목식당’, 강형욱의 개는 휼륭하다’,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 새끼는 방송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입지를 굳히게 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가격의 높은 장벽으로 쉽게 받기 힘든 유명 전문가의 처방을 프로그램이라는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도움을 제공해준다는 점은 순기능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의뢰인이 바뀌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처방 이후에 지속적으로 그 바뀐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알기에는 쉽지 않으며 전문가가 영웅으로 비춰지는 극적 서사로 그려지기도 한다. 도움을 위해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본래의 의미를 넘어서서 국민 멘토와 같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과도한 의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출처 : 채널A]

[출처 : SBS]

[출처 : EBS1TV]


 이에 3인의 각 프로그램별 특성과 시청자들이 그들에 열광하는 현 상황과 그 문제를 살펴보려 한다. 먼저 오은영의 상담프로그램이 들어서게 된 데에는 방송가는 물론 OTT와 유튜브 시장에서도 화두인 고민상담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주제는 다양하고 프로그램은 연예인 혹은 비연예인이 편하게 본인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문가와 패널이 이를 공유하고 일종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구성으로 흘러가게 된다.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심리적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이를 해소시키기 위해 대중들은 상담을 소재로 한 예능에 자연스레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또한, 신체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아우르는 심리적 웰빙을 추구하고 이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도 상담 포맷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데에 한몫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상담 예능 중 가장 인기를 끌고 화제가 되는 프로그램은 단연 오은영 표 상담 예능이라 할 수 있다. 20205월 오은영의 금쪽같은 내 새끼가 첫 방영을 한 이후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오은영 리포트 결혼지옥’, ‘오은영 리포트-알코올지옥을 선보이며 전문가를 동반한 상담 예능의 선두주자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방영 이후로 지금까지 화제인 예능으로 각 편마다 다른 가정이 나오면서 부모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상담이 진행되곤 한다. 육아 초보가정에게 이 프로그램은 유명한 아동 전문가에게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은 흥행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또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란 프로그램의 포맷 역시 대상이 자녀에서 부부로 바뀌었을 뿐 일명 오은영 매직과 같은 처방을 받는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위태로운 가족 관계를 개선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상담 인프라의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1인 독주 체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담 예능계에서 유일한 전문가이기도 한 오은영은 국민 선생님으로 칭해지며 연예인과 비연예인 모두에게 오은영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은영으로부터 제공되는 모든 솔루션이 정답인 것은 아니기에 상담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전문가를 동반한다면 독주체제를 끊고 더욱더 다각도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외에도 일명 금쪽이류의 어린이들은 주로 어린 자녀이기에 그들의 문제적 행동이 방송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자극적으로 짜깁기하여 그 영상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악성 댓글이 달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는 수십 년이 지나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에도 인터넷에 남아있을 수 있기에 셰어런팅(sharenting)’ 문제로 직결될 수 있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을 더 쉽게 받을 수 있고 육아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지침서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러한 주제가 예능적 요소로 다뤄지는 것은 가이드라인이 동반되어야 할 주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 다양한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부정적인 이슈로 회자가 되었단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책임을 부모에게 물을 것인지 혹은 자극적인 편집을 제공한 방송사에 물을 것인지와 같은 문제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 또 다른 국민 멘토이자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요식업계 대부라 할 수 있는 그는 현재까지 맡아온 음식 프로그램만 21개로 이 놀라운 숫자는 방송가에서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증거 자체라 볼 수 있다. 백종원은 2014<한식대첩>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방송가에 입성하며, 이후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는 집밥 백선생’, ‘백종원 클라쓰’, ‘장사천재 백사장등 연달아 화제를 일으키며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요식업계 전문가를 내세워 새로 창업하거나 혹은 망해가는 자영업자를 살려내는 포맷의 프로그램은 백종원이 방송계에 들어서기 전도 그 이후도 존재했으나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반면 가장 높은 화제성을 통해 백종원 파워를 보여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메뉴에 대한 솔루션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까지 확장해 나갔으며 프로그램은 물론 백종원 자체에 대한 입지를 굳혀나갔다. ‘골목식당은 이제 막 요식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교본이 되어주며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파장은 백종원 효과’, ‘백종원 신드롬등으로 이어지며 요식업계 영웅으로 등극한 백종원의 위상과 인기와 영향력은 연예인과 아이돌에 못지않게 되었다. 물론, 그가 긴 시간 쌓아온 경력과 그 내공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솔루션을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배포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백종원이 사회적으로 이바지하는 바가 상당하다고 여겨지기에 그를 향한 긍정적 사회적 평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골목식당의 매 에피소드가 문제점이 있는 부족한 자영업자를 개조하기 위해 백종원의 징벌 서사를 그리는 구조로 흘러간 것이 그의 평판에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물론 개선해나갈 점이 많은 식당 사장의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며 이들을 도와주는 백종원은 프로그램 내에서 영웅적 역할을 맡으며 절대적 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때 이 관계를 징벌 서사로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서 일반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공격을 받는 상황이 나타났다. 백종원이 보여줬던 것은 선한 영향력이었으나, 이를 한 분야의 전문가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기대를 거는 것은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백종원 효과’, ‘백종원 파워와 같은 사회적 여론형성이 사람들의 분별력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닐지, 우리의 판단이 그 전문성에 가려져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강형욱은 2014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방송가에 입문했다. 이후 애견 훈련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꾸준히 맡아오면 현재까지 개는 휼륭하다5년째 진행해오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약 1,5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에 반려견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훈육하며 같이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강형욱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비춰져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그만의 반려견 훈련 노하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유럽 국가의 훈련방식을 한국으로 전파했다는 점 또한 그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을 수 있던 점이다.

 

 국민 해결사, 국민 멘토로 불리는 이 세 명의 전문가 모두 열광을 받을만한 지식과 노하우 그리고 구체적이고 명료한 솔루션을 지니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점은, 그들에게 따라붙는 신드롬, 효과, 파워와 같은 수많은 수식어가 우리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그들을 향한 존경에서 추앙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