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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66호] 참지 못하는 사회 본문
송효정 기자
요즘, ‘분노’라는 키워드로 생성된 뉴스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검색창에 ‘분노’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기업에 대한 분노부터 교사, 인종, 정치, 학벌, 연예인까지 분노를 표출한 많은 글을 볼 수 있다. 화를 참는게 미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너무 쉽게 분노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분노와 긴장으로 가득차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이렇게 분노하고 있을까?
이 주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분노란 무엇인지 정의해 볼 필요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분노는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으로 정의된다. 분노의 정의처럼 당장 뉴스나 유튜브 영상의 댓글을 보면 ‘분개하여 몹시 성을 내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의 ‘분개하여 몹시 성을 내는’ 분노뿐만 아니라 조금 다른 분노도 많이 보인다. 분노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을 때, 현실 속 분노의 모습은 온라인에서 접하는 분노와 사뭇 다르다. 몹시 성을 내 거나 폭력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분노도 있지만 ‘중립 기어’를 박는 척 비꼬거나 숨어있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포장된 분노도 많이 볼 수 있다. 현재 온라인 공간에서의 폭력과 혐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소한 실수조차도 ‘정의’를 빗대어 공론화하며, 특정 개인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분노라는 감정이 기반이 되어 혐오와 갈등이 만연하고 있으며, 분노는 사회적으로 흔한 정서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분노는 밖으로 향하는 슬픔"이라는 말처럼, 분노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협에 의한 분노’와 ‘좌절에 의한 분노’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이나 타인에게 어떤 자극이 위협적이거나 위험하다고 느낄 때, 그에 따른 심리적, 생리적 반응으로 분노가 일어난다고 본다. 이를 ‘위협에 의한 분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좌절에 의한 분노는 무엇일까? 이는 ‘좌절-공격 가설 (frustration-aggression hypothesis)’이라는 이론으로 설명이 될 듯한 다. 해당 가설에 따르면 좌절은 공격행동을 증가시키며, 이러한 공격적 행동은 좌절에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좌절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방해받는 경험을 의미한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방해받으면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좌절이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현 상황과 비슷하지 않은가.
좌절에 의한 공격행동이 성공하면 만족감을 느끼게 되며, 실패하면 보다 큰 좌절을 경험함으로써 공격적 욕구를 증가시키는 악순환 현상이 발생한다. 이 이론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분노를 일부 이해할 수 있다. 좌절로부터 오는 분노는 우리의 일상에 밀접하게 녹아들어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타인이 실수하기만을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는 듯 조그마한 실수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심판하려고 한다. 이처럼 요즘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분노를 자주 표출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며,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분노와 혐오가 쉽게 전파되는데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 대상, 혹은 상황이 우리의 기대나 희망을 방해할 때 순간적으로 상처를 받거나 짜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자극이 들어왔을 때, 우리는 종종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짜증을 느낀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불쾌함을 곧장 표현하려는 욕구에 지배당해 분노를 행동으로 드러낸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의 정서 구조에 내재되어 있는 분노의 의미는 무엇일까?
분노의 근원을 찾을 때 우리 세대의 상황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의 청년들은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화하고, 사회 경제적 격차가 더 커져 경제적 안정을 얻기 위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청년 세대의 시대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사회는 청년들에게 안정된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리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목표를 기대하지만, 시대적 문제와 현실이 충돌하며 사회가 정해놓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청년들이 받는 사회적 압력은 높아져 가고만 있다.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겪어야 하는 청년 세대는 점차 보편화되고 있으며,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다른 사회적 삶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거나 혹은 본의 아니게 장기간 유예하는 일명 ‘취준계급’도 등장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청년 세대를 둘러싼 분노의 정서는 새로운 문화적 변화의 양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이종임, 2021).
우리 세대 정서 구조에 내재해 있는 또 다른 분노는 언어사용 습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행어는 분노 정서의 새로운 문화적 양상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우리의 의사소통과 정보 접근은 이전보다 더욱 쉽고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언어와 표현들이 등장하며,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에서 사용되는 유행어들이 기존의 폭력적인 개념과 범죄에 대한 단어들을 희화화하고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식폭행’, ‘동물확대’, ‘먹스라이팅’ 등 최근 유행어는 어원이 가진 부정적 성질과는 다르게 부정적 맥락으로만 사용되고 있지 않다. 특정 시기나 사회에서 널리 유행한 어휘인 ‘유행어’ 사용 행태는 현재의 시대상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에서는 익명성과 거리감이 생기니 사용자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사회적 제약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는 분노와 같은 감정을 표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일 것이다. 사람들이 폭력적이진 않지만, 폭력성이 높은 언어를 정제하지 않은 채 사용되는 일이 많아지는 언어사용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익명성에도 영향을 받음을 무시할 수 없다. 익명성은 개인의 신원적 특성을 확인하고 추적하거나 다른 것에 연관시킬 수 없다. 면대면 대화에서는 상대방이 실제로 내 앞에 있기 때문에 상대의 ‘존재’가 나의 대화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상대방이 내 눈앞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실재감 (social presence)이 낮다(이민영, 2015). 현실에서는 꺼내지 않을 말을 온라인에서는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 게 재하는 것 또한 사회적 실재감이 낮아 생 기는 일이다. 이렇듯 온라인 공간에서 물리적인 익명성과 사회적 익명성은 보장된다. 그러나 심리적 실명성은 더욱 드러날 수 있다(황상민, 2002; 황경식, 2003; 김 정화, 2015). 이러한 익명성은 사람들에게 정제되지 않고 억제되지 않는 의사소통 방법을 시도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인터넷 사용 환경이 알고리즘 기반 문화로 바뀌면서 이 현상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사를 위주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듣기 힘들어지고 이는 개인의 의견을 강 화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댓글에서의 담 론은 실시간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인 관점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이처럼 좌절과 분노의 관계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러한 현상이 온라인 공간에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자주 다른 사람들의 실패나 부정적인 행동을 목격하며, 이에 따라 우리의 분노와 혐오가 불거지곤 한다. 온라인 환경은 인터넷 댓글, 각종 SNS 등을 통해 무분별한 비난과 비판이 증폭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익명 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만들고, 다른 이들의 감정 상태에 전염되어 분노의 악순환 속에 갇히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거에는 미디어가 주로 정보의 전달이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는 이러한 역할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격화와 분노 표출의 장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미디어의 새로운 역할이 등장했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디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조성훈, 권정혜. (2015). 정서조절이 인터넷 게임 과사용에 미 치는 영향: 완충효과와 촉진효과의 혼합. Korea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34(2), 411-428.
신승철. (2016) 심리학에서 보는 분노. 불교평론
이종임, 박진우 and 이선민. (2021). 청년 세대의 분노와 혐오 표현의 탄생 :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혐오-언어’표현 실태 분석을 중심으로.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22(2), 5-37.
헤럴드경제. (2018). 2030세대, 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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