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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8호] 아이돌 팬덤 문화 생일 카페

블로거 태님

 

 팬덤은 이제 수동적인 팬 활동에서 벗어나 프로슈머(Prosumer)[각주:1]로서 하나의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이지연, 2022). 팬들 스스로 굿즈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동시에 소비하고, 자발적으로 이벤트를 열고 즐기며 팬덤 내의 축제로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팬에게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은 자신의 생일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특별하고 소중한 날로 여겨진다. 동일한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껏 축하하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기념일인 것이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하철 전광판, 버스 배너 광고, 전시회 등의 다양한 이벤트[각주:2]를 팬들이 직접 개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반 카페를 대관하여 진행되는 생일 이벤트 카페는 K-POP 팬덤의 대표적인 생일 축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생일 카페의 대상은 아이돌뿐만 아니라 배우, 개그맨, 운동 선수, 유튜버, 애니메이션 캐릭터, 브랜드 등으로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 생일 카페란?

  팬덤 구성원인 주최자가 생일 기간에 맞춰 카페를 대관하고, 외부와 내부를 영상이나 사진, 슬로건, 풍선 등으로 직접 꾸며 특별한 공간으로 변형시킨다. 곳곳에 포토존을 마련하고, 액자, 배너, 등신대 등으로 미니 전시를 하거나 배경음악, 영상을 통해 최애[각주:3]로 가득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팬들끼리 굿즈를 주고받으며 즐길 수 있는 장소로도 사용된다. 팝업 스토어처럼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선물하는, 하나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셈이다.

 

 생일 카페에서 음료를 구매하면 주최자가 특별제작한 컵홀더나 종이컵과 함께 특전이 제공된다. 특전은 포토 카드나 스티커, 엽서, 키링 등의 굿즈들로 구성되며 선착순 선물이나 무료 나눔, SNS 인증 이벤트, 포토 부스, 럭키 드로우(Lucky Draw)를 통해 즐거움도 더한다. 카페에는 아이돌 이름을 딴 스페셜 메뉴가 판매되거나, 아이돌을 닮은 캐릭터 도안으로 제작된 쿠키나 마카롱이 준비되기도 한다. 영수증에도 다양한 축하 문구를 새겨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한다. 팬클럽이 아니어도, 생일 카페에 우연히 방문하여도 동일한 혜택이 주어진다. 팬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공간에 내재하는 축하와 축복의 기운이 전이되어 생기도 느낄 수 있다. 해당 문화가 생소한 사람들은 기획과 진행에 대한 비용 및 소속사의 개입, 당사자의 참석 여부 등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곤 한다.

 

  기획과 진행을 하는 주최층 모두 팬이고, 주요 소비층 또한 팬이다. 생일 카페에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 비용이 들어가나 특정한 수익 구조는 없기 때문에 성황리에 마무리되더라도 주최자는 경제적 이익을 보지 못한다. 주최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전혀 없지만, 팬들과 함께 좋아하는 연예인의 기념일을 즐겁게 보내는 데 의미를 둔다(최효정, 2023.07.06.). 때문에 이 이벤트는 온전히 애정과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본인 제공>


  주최자는 생일 몇 달 전부터 카페를 직접 대관하고, 컵홀더와 굿즈를 디자인하여 제작하며 각종 소품을 준비한다. 소비층 팬들은 직접 찾아가기 위해 시간을 사용하며, 원하는 굿즈를 얻기 위해 메뉴를 주문하여 금액을 지불한다. 구상과 기획에 따라 컨셉이 모두 다르기에, 생일 기간 동안 여러 카페를 투어하는 문화도 생겼다. 누군가의 탄생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고, 평범할 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들은 주인공의 참석을 기대하고 생일 카페를 진행하는 것도, 방문하는 것도 아니다. 참석 여부와 관계 없이 생일을 기억하고 함께 축하하는 경험에 초점을 두고 참여한다. 모든 행동의 이유와 원동력은 팬심뿐이다. 이들은 카페라는 공간에서 얻는 긍정적인 에너지들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생일 기간 동안 카페는 그저 음료를 마시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 감정과 추억을 나누는 공간 이상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행복을 좇아서

  모두가 행복을 좇아 산다. 행복은 현실에서의 동력에 대한 비용으로도 여겨진다.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할 때 경험하는 행복은 크고 많다. 좋아하는 것과 행복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건 꽤 대단한 일이다. 그러니까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건, 다양한 사랑의 유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좋아하는 마음이 행복으로, 그 행복이 삶의 동력으로 이어진다는 건, 연예인의 긍정적인 영향이다.

 

 생일 카페에 방문한 사람들은 대상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매개로 모인 것이다. 그곳에서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단순한 축하를 넘어 대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유지현, 2023). 팬들끼리 소통하고 즐기며 아이돌에 대한 응원과 애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서로 직접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유사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며, 그 감정은 공간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하고 공간 자체를 공감의 장으로 전환시킨다. 이는 콘서트장의 특성과 유사하게 볼 수 있다. 오롯이 사랑만 가득한 공간에서 함께 축하하고 애정을 향유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그리고 그 장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의 온기를 만끽할 수 있다는 건 팬 문화가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 팬 슈머(Fan+Consumer)

  팬 슈머는 팬과 소비자의 합성어로, 단순히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팬의 입장에서 상품이나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팬들이 상품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생일 카페, 굿즈 제작처럼 기획과 유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팬덤 문화가 새로운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각주:4]. 팬들이 직접 생태계를 구축하고 영향력을 키워가며, 팬덤 문화는 K-POP 산업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했다.

 

 팬덤의 구성원이 주최한 기념일 이벤트를 사람들이 한 번씩 구경하고 가면서 해당 아이돌이 누군지 들여다보고 검색해 보게 된다. 이 행동을 통해 소소한 축하와 더불어 홍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출발한 이벤트는 이제 다양한 음식점에서도 진행된다. 가게나 카페를 대관해 주는 자영업자들도 매출 상승에 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돌과 자영업자, 팬들의 공생 관계는 팬덤 문화 진화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아이돌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생일 카페는 군 전역, 데뷔일 등 여러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확대되었으며 기획사나 플랫폼, 기업들까지 합세하여 행사를 진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캐릭터나 가상 인물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이벤트[각주:5]는 콘텐츠 홍보 효과와 더불어 팬층의 충성도와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정희우, 2022.10.26.). 엔씨소프트가 자사 캐릭터브랜드 도구리 생일 카페 이벤트를,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가 메뉴 출시 10주년을 기념하여 생일 카페 컨셉의 행사를 기획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수학의 날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행사를 진행하여 화제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팬덤 문화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여러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이 새로운 현상을 만들며 대중 문화를 이끌고 있다. 따라서 팬 문화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팬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늘 존재한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아깝다고 바라보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앞으로 그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당시의 내가 행복했단 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기에 팬 문화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정과 존중이 필요하다. 애정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건강하게 응원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이지연 (2022). 아이돌 팬덤의 생일 이벤트 문화에 대한 연구. <한국산학기술학회 추계 학술발표 논문집>, 57-58.

유지현 (2023). [Opinion] A야, 생일축하해 [문화 전반]. 어떤 생일은 축하하는 자의 몫이다. Retreived 03/18/24 from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6104

최효정 (2023.07.06.). 팬들은 즐기고 자영업자에겐 &구세주& … 아이돌 생카의 경제학. <조선비즈>.  Retreived  03/18/24 from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3/06/02/WGUBBSZV4RBMZCEXNEGVQXO6LM/

현대경제연구원 (2020). 2021년 국내 경제 이슈. Retreived 03/19/24 from https://www.hri.co.kr/kor/report/report-view.html?uid=30235

정희우 (2022.10.26.). 웹툰 주인공 생일까지 챙기는 플랫폼…홍보·충성심 제고 역할 '톡톡'. <MBN>. Retreived 03/20/24 from https://www.mbn.co.kr/news/society/4870582

  1. 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 [본문으로]
  2. 생일 이벤트는 지하철 전광판, 버스 쉘터, 버스 배너 광고, 생일 카페, 음식점, 전시회 등으로 다양하게 진행됨 [본문으로]
  3. 특정한 집단의 사람들 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말 (네이버 오픈사전) [본문으로]
  4. 2021년 국내 경제 이슈 (현대경제연구원, 2020). [본문으로]
  5. 노블코믹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김독자의 생일을 맞아 팬아트를 모자이크처럼 모아 만든 생일 광고 영상이 삼성역에서 방영되거나, 카카오페이지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주인공 박문대는 건대입구역에 생일 축하 광고가 걸렸음

    웹툰 주인공 생일까지 챙기는 플랫폼…홍보·충성심 제고 역할 '톡톡' (MBN, 2022.10.2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