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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68호] YNWA, Normal one 위르겐 클롭

dreaming marionette 2024. 4. 29. 12:00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최의락

 

‘리중딱(리버풀은 중위권이 딱이야)’이라는 단어는 축구를 즐겨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이다. 과거 리버풀 팬에게 리중딱이라고 한다면 격하게 화를 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리버풀이 중위권 팀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리버풀 팬에게 리중딱이라고 한다면, 팬 대부분은 언제 적 리중딱이냐고 하며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리버풀 팬들이 이렇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믿을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오늘 소개할 리버풀의 감독 ‘위르겐 클롭’덕분이다. 현대 축구를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감독, 리버풀을 다시 강팀으로 올려놓은 위르겐 클롭이 리버풀을 떠나는 현시점에 그의 업적을 돌아보고자 한다.

 

Normal One, 위르겐 클롭

 

  위르겐 클롭은 2015년 10월 리버풀에 부임한 독일출신 감독이다. 당시 리버풀은 팀의 상징과도 같은 주장 제라드가 LA 갤럭시로 떠나고 14-15시즌 6위를 기록했으며 클롭 부임 직전까지 리그 10위(총 20개의 구단 중)를 하는 등, 말 그대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리버풀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로저스 감독을 경질한 후, 차기 감독으로 도르트문트의 클롭 감독을 선임하였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이전 도르트문트에서 중위권 팀을 리그 우승팀으로 만든 경험이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색이 있는 축구를 선보였다. 또한, 젊고 유망한 선수를 저렴한 가격으로 팀에 영입하여 키우는 모습을 보여주며, 팀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리버풀을 리빌딩하기에 적합한 감독임을 증명하였다.

  클롭 감독은 자신의 리버풀 취임사에서 자신을 'Normal One'이라고 소개하며 - 해당 발언은 과거 유명 감독인 조제 무리뉴가 자신을 'Special One'이라고 소개한 인터뷰를 인용한 것이다. 4년 안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클롭 감독은 자신의 말을 지켰다. 2010년대 후반 최고의 공격 트리오 중 하나인, 마누라(마네 피르미누 살라)라인을 필두로 세계 최고 수비수 반다이크, 골키퍼 알리송 등을 영입하며 14년 만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고 리버풀의 숙원이었던 30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그 외에도 FA컵 우승 1회, EFL 우승 2회, 커뮤니티 실드, 슈퍼 컵, 클럽 월드컵 우승 등, 감독을 하며 들 수 있는 모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현재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과 유로파 리그 우승 후보로 남아있다.

  클롭 감독의 축구를 설명할 때 헤비메탈 축구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격하고 강한 압박을 사용하여 빠른 경기 흐름을 만든다는 의미이다. 게겐프레싱(전방 압박)을 활용하여 볼을 뺏기면 즉시 다시 뺏어오는 공격축구를 적극 활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항상 재미있는 축구 경기를 만들어 낸다. 

  또한, 그는 선수와 가족같은 관계를 유지하며 항상 위닝 멘탈리티를 유지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리버풀은 팀이 지고 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경기를 뒤집는다. 그러므로 극장골이 가장 많이 나오는 클럽으로 유명하다. 보는 팬 입장에서는 항상 피를 말리지만 도파민이 필요하다면 좋은 충전제가 될 수 있다.

  클롭은 동기부여를 굉장히 잘하는 감독이다. 일례로 17-1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호날두가 있는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 선수들이 긴장을 하자,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 들어와 선수들에게 호날두의 브랜드인 CR7의 속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며 선수단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였다. 또한, 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메시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차전 3대0으로 대패하며 모든 축구 팬들이 바르셀로나의 결승진출을 예상했지만, 2차전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 점수를 뒤집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이는 무엇이든 포기하면 안 된다는 동기부여 영상으로 자주 사용된다.

  클롭 감독은 뛰어난 전술로도 유명하지만, 엄청난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경기를 시작하면 항상 경기장에 나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소리 지르며 전술을 지시하고 화를 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세레머니를 하다가 안경이 부러지고, 부상을 당하고, 결혼 반지를 잃어버려 찾는 등 예능적인 장면도 볼 수 있다. 독일 사람은 재미가 없다는 밈이 존재하지만, 클롭 감독을 보고 있으면 실력, 인성, 재미까지 모두 갖춘 독일 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클롭의 마지막 선물

 

  지난 시즌, 중원의 기동력 저하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리버풀은 이제 리버풀에서의 클롭 1.0이 종료됐음을 실감하였다.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 클롭은 나이가 많은 선수들을 이적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함으로써 중원의 기동력을 다시 살렸다. 그리고 지난 시즌 말미부터 전술적 변화를 보여 리버풀을 다시 우승권을 경쟁하는 강팀으로 변화시켰다. 이를 보며 리버풀 팬들은 클롭 2.0이 시작된 것에 대해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2024년 1월 26일, 클롭 감독은 리버풀 공식 인터뷰를 통해 갑작스럽게 자진 사임 의사를 발표하였다. 리버풀 팬들에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절대 생각하기 싫었던 그 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더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는 말에 모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팬들에게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이별이지만, 클롭은 그동안 자신이 없는 리버풀을 생각하며 자신이 떠난 후에도 팀이 갑작스럽게 흔들리지 않도록 하나둘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팀이 다시 우승권 경쟁 팀으로 올라오자, 감독은 이제 자신이 떠나도 선수들을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정 은퇴를 선언하였다. 팬들은 모두 클롭 2.0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감독은 자신이 아니라 리버풀의 2.0을 생각하였고, 그 플랜에 자신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클롭 감독이 이렇게 시즌 도중 사임 발표를 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팀이 다음 감독을 급하게 찾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가 포함되어 있다. 감독이 시간을 준 덕분에 리버풀은 차기 감독을 공들여 찾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접촉도 다른 팀들보다 좋은 시기에 할 수 있다.

  클롭은 앞서 말했듯 그동안 자신과 함께한 베테랑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물론, 이제는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를 지나 실력 저하로 인해 떠나보냈다고 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차기 감독이 선수단을 관리할 때 영향력이 강한 기존 선수들에게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클롭은 단순히 리버풀에서 감독의 역할만을 한 것이 아니다. 항상 선수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고 다수의 선수가 인정하였다. 기존 선수들은 클롭에게 가족과 같은 친밀함을 느꼈고, 이는 차기 감독이 왔을 때 라커룸 장악을 하는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이는 지금껏 장기 집권한 감독이 바뀐 여러 팀에서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다. 클롭은 이를 배려하기 위해 기존 베테랑 선수들을 과감하게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라커룸 장악에 대한 이득도 있지만, 베테랑 선수들이 받는 높은 주급을 정리하여 다음 감독이 사용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유도 확보한 것이다. 또한, 젊은 연령대의 선수들만 남겨둠으로써 차기 감독이 원하는대로 선수들을 이적시키고 새로 영입하는데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YNWA, 위르겐 클롭

 

  위르겐 클롭은 리버풀이라는 구단과 팬들에게 감독 이상의 인물이다. 그가 리버풀에서 있었던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팀은 많이 변화하였고 모두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다. 클롭이라는 사람을 존경하는 만큼 너무 가슴 아프지만, 그가 선택한 길을 존중해주려고 한다. 그가 보여준 열정과 헌신을 잊지 않고 한 사람의 리버풀 팬으로서 앞으로도 남들이 호들갑이라고 한다고 하여도 열정적으로 팀을 응원할 것이다. 클롭도 비록 구단의 감독에서는 물러나지만, 여전히 리버풀이라는 구단을 응원해 주리라 믿는다.

  리버풀을 상징하는 문구가 있다. YNWA. You'll Never Walk Alone이라는 의미의 문구이다. 개인적으로‘팬’이라는 단어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문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위르겐 클롭과 아직 직접 얼굴을 본 적 없는, 준사회적 상호작용만 하는 동양 사람의 공통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바로 리버풀이라는 축구 클럽을 좋아하는 팬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리버풀 팬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소가 다르더라도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위르겐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서 보여준 열정과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YNWA. 위르겐 클롭

<출처 :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