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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71호] 퇴사자가 바라본 직장 내 인간관계와 조직구조 본문
이윤종 기자
회사의 신입사원들로 자리 잡은 MZ세대에게 평생직장이란 말은 어색하며, 이직은 유행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오늘은 몇 달 전 직장을 그만둔 문화예술행사 에이전시 기획자 A씨를 통해 직장 내 인간관계와 직장 내 구조를 알아보고자 한다.
문화예술행사 에이전시 기획자란 무엇인지 소개 한 번 해주세요.
보통, PM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제가 일했던 곳은 보통 공공기관과 협업을 많이 했습니다. 매년 초 입찰 공고가 뜨면, 그 입찰 공고에 맞춰 저희 회사가 제안서를 작성하고, PT를 만들어 입찰이 낙찰되면 계약 기간 안에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문화예술행사 에이전시 기획자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여 들어왔습니다. 막상 들어오니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집하는 일이 아니라 주 업무에 대한 구분 없이 여러 일을 하게 되었고, 회사 쪽에서는 점차 기획 쪽 일을 저에게 주로 맡기며 행사가 진행될 때, 연사자를 섭외하거나 안내하고, 의전하고, 페이 지급까지 마무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콘텐츠 제작 관련 일은 사라지고 기획 업무만 남게 되었습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는 어땠나요?
업계 특성상 자유로운 느낌이 많았어요. 직원이 많지 않고, 결재 같은 것도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장님이 있고, 안 바빠 보이면 보고하는 식이었어요. 그 아래 팀장님이 있긴 한데, 꼭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상하관계가 확실히 느껴지기는 했어요. 밖에서 봤을 때는 우리가 되게 자유로운 느낌처럼 보일 거 같아요.
그런 인간관계의 장단점은 뭔가요?
뭐 사실, 안 좋은 것이 훨씬 많았어요. 왜냐하면, 저와 가장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 제 바로 위 팀장님이었어요. 저랑 나이 차이는 10살 정도 나는데, 다른 팀과 달리 저에게는 자유도를 많이 주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제가 신입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일을 하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자유도가 없었어요. 제가 뭔가를 알아서 결정하고 판단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뭘 해도 비판만 하시고, 본인의 생각을 그대로 주입하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A에서 B를 가야 할 때 수많은 방법이 있어도 본인이 생각한 방법으로만 따르길 원했어요. 몇 달 전 퇴사하기 전에 따로 팀장님과 말할 기회가 있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했는데, 자신이 그동안 잘못했던 점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는데…. 그걸 알고도 저한테 그렇게 대했다는 것을 알았죠. 제가 일한 몇 년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퇴사한 이후에 후회하지 않았어요. 변명으로는 제가 잘 배웠기 때문에 잘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셨는데, 정작 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사실 장점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팀장님이 본인에게만 그랬던 건가요?
맞아요. 저랑 몇 개월 차이가 나지 않게 들어온 동료는 오히려 팀장님이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아서, 자기가 하는 일이 지금 맞는지 아닌지도 판단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은 자유를 줬다기보다 아예 방임 당했죠. 물론, 팀장님도 이해할 부문은 있어요. 팀장이 한 명인데,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너무 많고 하니까 관리직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에 너무 많이 뛰어들어가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는 어땠나요?
제가 4~5년 정도 일했는데, 저보다 일찍 들어온 사람은 사장님과 팀장님 그리고 제 위에 딱 한 분밖에 없어요. 제 위에 있던 모든 사람이 다 나갔어요. 제 밑으로도 많이 들어왔는데,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어요. 제 바로 위 선배는 같은 팀이지만 같은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비즈니스적인 관계였어요. 회사 분위기 자체는 가족 같은 분위기여서 서로 챙겨주고 했지만, 사적으로 친해질 정도는 아니었어요. 후배라고 생각할만한 친구도 워낙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가 많다 보니 제가 퇴사하기 5개월 전에 들어온 친구 딱 한 명밖에 생각이 나질 않아요. 이 친구와는 사적인 대화도 많이 했었어요.
혹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말하자면 너무 많아요. 1년 전 일화를 말씀드리자면, 당시 우리 회사 내에 조직개편이 있었어요. 당시에 동기 남자직원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친구가 퇴사해버리면서 그 친구가 맡던 일을 할 사람이 없게 되어 밸런스가 깨진 상태였어요. 사장님은 프리랜서 한 분을 임시로 고용하여 팀장이라는 직급을 그분에게 드렸어요. 그리고 회사 내 다른 공간을 만들어 그쪽으로 프리랜서 팀장님을 보내시고, 새로 뽑은 사람들도 그쪽으로 배치했어요. 사실 우리는 다 같은 팀인데, 팀장이 두 명이 되고, 공간도 분리되어버렸죠. 일주일에 한 번씩 팀 회의를 했을 때 보기는 했지만, 그 사람들이 뭘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냥 사장님이 같은 팀이라 해서 팀인 상태였어요. 그러다 얼마 후, 이 프리랜서 팀에서 주관을 맡은 프로젝트를 지원하러 우리 팀에서 나가게 되었어요. 그들끼리는 이미 친해져서 끈끈해졌지만, 우리와는 어색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해서 본 행사 전날에 행사장에 가서 저녁까지 일하고 마무리를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우리한테 가라는 말을 안 해주더라고요. 1시간 정도 대기를 하다가 우리 팀장님에게 일이 끝났으면 가자고 했더니 일이 한참 남았다고 예민하게 반응하시면서 내가 할 일은 한참 남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일을 도와드리겠다고 해도 딱히 시키지도 않고, 그 자리에 일을 안 하는 사람들이 덩그러니 많았는데 분위기가 일 끝난 사람도 안 보내는 분위기더라고요. 아마 그 팀끼리는 암묵적으로 끝까지 있어 줘야 한다는 문화가 있었나 봐요. 그렇게 저희는 3시간을 기다렸어요. 철수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일이 끝나도 아무도 보내지 않고…. 예전에는 본인이 할 일이 남았으면 일이 끝난 나머지 분들에게는 가라고 했었는데, 같은 팀 안에서도 분위기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니 이러한 사태가 났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쪽 팀은 단체활동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지 메뉴도 통일해서 먹고, 생활도 단체로 하더라고요. 팀 개편에 대해서 팀장님과 사장님께 좀 아쉽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장님은 이렇게 시도해보고 도전해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시더라고요. 그 이후에 저와 저보다 3~4개월 늦게 들어온 친구 모두 퇴사를 하기로 했고, 이 팀 개편이 꽤 큰 비중을 차지했었죠.
이와 같은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봤나요?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외주와 협업이 많았어요. 사실 말이 외주이고, 거의 매번 같은 프리랜서분이셨어요. 그중 한 프리랜서분이 정말 정말 성격이 예민하고, 난폭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제 동기 언니가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가 다시 우리 회사로 복직했는데, 그분이랑 일하고 한 달 만에 퇴사했어요. 현장에서 그 프리랜서분이 엄청나게 쪼아댔었나 봐요. 그래서 우리 회사 내 많은 분이 사장님께 그분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불만을 말했는데, 그럴 때마다 사장님은 본인이 직접 소통하겠다고 하셨죠. 하지만 사장님이 그런 일까지 하게 되면, 일이 너무 많아져서 일이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뿐만 아니라, 그 프리랜서와 불화가 있는 분들의 일을 모두 다른 분들에게 넘기면서 몇 명의 사람들만 몰아서 일하는 경우도 빈번해졌어요. 즉, 저희의 실질적인 고충을 전혀 해결해주지 못했어요.
이외에도 우리 업무상 소통이 중요한데, 소통상에 문제가 생겨 누군가 불만을 말하면 불만의 대상이 된 사람을 나가게 하거나 그 상태로 그저 유지만 시키면서 해당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어요. 당연히 사장님 입장에서 누군가를 나가게 하는 것은 어려우니 보통 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리셨죠. ‘그분 계약이 얼마 안 남았으니, 이제 프로젝트 거의 다 끝나가니까’ 하시면서 버티셨어요.
자신의 퇴사와 입사에 있어 인간관계는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번에 퇴사한 직장 외에도 몇 번의 직장 경험이 있었어요. 앞 직장에서 인간관계가 더 어려웠죠. 그분들이 별로여서였다기보다 제가 사회 초년생이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직장에서 겉으로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오히려, 다음 직장에서는 덜 가족적인 분위기면 좋겠어요. 차라리 사무적이고, 비즈니스적인 직장이 가고 싶어요. 가족적인 분위기의 회사는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고, 제 사적인 부분도 알게 돼요. 예전에는 생일이나 집안 경조사를 챙겨주는 것을 따뜻하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직장에서 뭐 그런 것 까지? 라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업무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회사로 가고 싶어요. 회사에서 감정적인 교류까지 하고 싶지 않아요. 제 업무적인 역량과 커리어를 발전시켜 줄 분위기가 형성된 회사로 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가 최근에 읽은 책에서 ‘회사의 모든 사람이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안 되고, 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리더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다.’라는 대목이 있었어요. 우리 사장님은 제가 있었던 동안에도 그러시지 못했고, 아마 성격상 앞으로도 그러지 못하실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시도해보지 못해서 아쉽기도 해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와도 직장에 대해 말하다 보면, 서로 굉장히 놀라고 서로의 회사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거기는 모든 일이 철저하게 분업화되어있고, 결재체계가 상당히 분명하고, 자기가 해야 할 것만 하고 넘어가더라고요. 회사의 분위기가 회사 내 인간관계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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