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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AI가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compeeu 2024. 12. 13. 09:00

한신대학교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전병유 교수

<출처> unsplash

 

 인간은 말의 길을 걸을 것인가? 자동차가 말을 대체했듯이, AI가 인간 노동을 사라지게 할 것인가? 지금부터 백여 년 전 영국에는 약 1백만 마리의 말들이 있었다. 주로 이동농업을 위한 노동을 하였다. 지금은 오락스포츠용도로 1만 마리 정도만 남아 있다.

 

 2022년 말 OpenAI에서 ChatGpt를 전격 공개하면서, AI가 인간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World Economic Forum이나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나 골드만삭스 등은 AI로 인해 인간의 미래 일자리에 커다란 변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AI가 노동에 미치는 방식에 따라 경제의 성장과 분배, 생산성과 불평등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기술과 인간은 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해왔다. 기술이 앞서나가면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 기술을 따라 잡았다(The Race between Technology and Education). 그 결과 기술 진보는 인간 노동을 대체(자동화)하기보다는 인간 노동을 보완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산업혁명 당시보다 일자리는 10, 임금은 20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인지적, 사회적, 창의적 능력까지 담당하게 되면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말도이 나오고 있다.

 

 2016년 알파고 이후 세 번째 AI의 겨울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지난 40년이 글로벌화 시대였다면, 향후 10년은 AI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AI는 알랜 튜링이 1950년대 생각하는 기계(intelligence machine)’라는 아이디어를 던진 이래 전문가시스템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단계를 거쳐 생성형 AI와 일반인공지능(AGI)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존의 컴퓨터화와 디지털화는 측정 가능한 방법으로만 경제를 변화시켰다. 기존 AI도 코딩이 가능한 영역(도메인)에서 사람이 잘 정의한 영역에서만 가능했다. 반면, 생성형AI는 작업 중인 도메인을 감지하고 필요에 따라 도메인을 전환하는 인간과 같은 능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인간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진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의 캐쥬얼한 모임에서는 유머러스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도, 직장 회의에서는 전문적이고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집에 불이 나면 평소의 일상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즉시 대피 계획을 세우고 안전한 탈출 경로를 찾는 등 적절하게 대응한다. 인간은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행동과 언어를 조절하는 능력을 가진다.

 

 생성형AI도 여러 작업 분야(도메인)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영역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옮겨다니는 도메인 전환 능력을 가진다. 이는 지식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용도의 애플리케이션들이 구축되는 범용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갖추었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디지털 기술이나 이전의 AI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잠재적 응용 프로그램들을 창출하고 확대함으로써,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생성형AI는 전기나 컴퓨터와 같은 일반목적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전에는 자동화가 어려웠던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업무들까지도 AI의 영향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 때문에 AI는 기존의 자동화와는 달리 저숙련 노동이 아니라 고숙련 노동을 대체할 것이고, ‘폴라니 역설모라벡 역설로 오히려 저숙련 노동은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AI는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고숙련 노동은 대체하지만, 육체적 노동을 하는 노동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AI 관련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AI 관련 일자리는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AI가 기업 내에서 직종(직업) 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대규모 일자리 상실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고, AI 투자나 AI 특허 수가 많은 기업에서 고용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사례 연구들에서도 텔레마케터나 저숙련 IT개발자들도 일자리가 사라지기 보다는 생성형AI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생산성을 높여가고 있다는 연구들도 제출되고 있다.

 다만, 최근 AI와 로봇이 결합하면서 폴라니 역설모라벡 역설이 극복되는 방식으로 AI가 진화발전하고 있고, AI의 가능성의 경계가 하나하나 허물어지면서, AI와 인간 노동의 분업-협업 구조는 매우 역동적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의 언어는 외부의 정보를 취득하는 방식의 하나로 인간의 오감과는 달리 인간 진화의 가장 최근 단계에서 인간이 체득한 능력이며, 인간 사이의 정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매우 독특한 능력이다. 이 때문에 AI는 그동안 인간의 언어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AI가 이미지나 음성 인식에서는 나름 성과를 거두면서도 텍스트 이해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7년에 공개된 구글의 “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에서 사전 학습된 생성형 언어(트랜스포머) 모델(GP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이 제시되면서 기계가 이 장벽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맥락과 순서가 중요한 인간 언어를 기계가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성형AI가 나오기 이전 시점인 2015-2019년을 대상으로 필자가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이미지 인식이나 음성 인식 AI 기술과 관련된 직업의 임금 프레미엄보다 텍스트 인식 AI 기술 관련 직업의 임금 프레미엄이 높게 나왔다. 텍스트 인식 AI 기술이 어려웠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생성형AI는 이러한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최근 IMF생성형 AI와 노동의 미래(Gen-AI: Artificial intelligence and the future of work, 2024)라는 보고서에서 전 세계 고용의 40%가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생성형 AI가 고숙련 노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에는 60%AI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반면, MIT 컴퓨터 과학 및 인공 지능 연구소(CSAIL)의 연구에서는 AI가 기술적으로는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을지라도, 경제적인 비용의 문제를 고려하면, 기업들이 인간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대신 AI로 자동화하는 것이 더 저렴한 작업은 23%에 불과하며, AI 채택과 AI에 의한 인간 노동의 자동화는 예상보다 느릴 수도 있다고 분석하였다.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보다 비싸면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생명이나 보안과 같이 중대한 위험과 관련된 과업들이나 중요한 의사결정, 의사소통, 책임성 등이 요구되는 과업들은 AI기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사회적으로는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 자율주행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인간의 생명과 책임성의 문제가 걸리면 여전히 규제의 대상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 AI가 환자의 차트를 분석하는 데 더 뛰어날 수 있지만, 차트에 기초해 최종 판단하고 환자들과 소통하는 과업은 여전히 의사들의 몫일 수 있다. 변호사의 업무는 기존 판례나 자료를 수집하는 과업도 있지만, 법정에 판사를 설득하는 미묘한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업무도 가지고 있다. 전자는 AI가 대신할 수 있지만, 후자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당분간 남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AI는 기존 일자리를 도와주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텔레마케터와 같이 대부분의 과업들이 AI가 대신할 수 있고, 그 과업들의 책임성, 중대성 등이 요구되지 않는다면, 이 직업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이 경우, AI는 저숙련 노동을 대체하고 고숙련 노동은 보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생산성은 높이겠지만, 불평등은 악화시킬 수 있다.

 

 결국, AI가 기술적으로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AI를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기업들이 경제적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AI가 인간 노동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필자는 이글에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들을 나열했다. 현재 시점에서의 ’AI 불확실성이다. AI가 인간 노동을 어떻게 바꿀지는 전문가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AI의 기술적 진화가 어디까지 갈지 그 가능성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고, AI에 대한 인간의 수용성이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질지, 그리고 정책이나 규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질지 아직은 매우 커다란 불확실성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AI가 기존 기술과 동일한 경로로 가면서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갈지 아니면 이번에는 다를지에 대한 판단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활용해서 미래를 전망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면서 다시 미래 전망을 수정해가면서 진화해온 것이 인간의 역사이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Acemolglu는 현재의 AI 기술 발전이 인간과 노동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Wrong AI”). MITAI 전문가 BrynjolfssonAI가 지나치게 인간을 모방하는 방식(Human-like AI)으로만 발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들이 적절하다면 인간과 기계의 협력과 공존은 어려울 수 있다. AI 기술 발전을 빅테크의 테크노크라트들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AI 기술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는지 인간과 사회가 정확하게 추적하고 파악해야 하고 인간과 공존하는 AI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대응해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