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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71호] NGO의 지속가능성 문제: NGO 본연의 가치와 외부 요구 사이 본문
NGO의 지속가능성 문제: NGO 본연의 가치와 외부 요구 사이 :
사명감이 밥 먹여주냐?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정은주
물론 모든 비영리단체가 동일한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후술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한 개인이 얕게 경험한 비영리 세계의 한 모퉁이 정도에서 일어났었던 일임을 먼저 밝힌다.
비영리단체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이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으로 단체의 목적에 따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공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한다. 또 정부의 정책적 한계를 보완하고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발굴해 해결하는 활동을 전개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위해 생겨났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왔고 시민사회의 발전을 도모해 왔으며, 정부와 기업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공재 또는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비영리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들의 사명감은 숭고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적어도 나에겐 그러했다. 금전적 보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이내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맞닥뜨리면서 무너졌다. 막상 마주한 현실은 수익성 없는 '생존'의 문제로 보이기도 했다.
어떤 작은 규모의 단체에서는 활동가들이 무보수로 활동하며, 오히려 자비를 들여 자원봉사에 가까운 형태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비영리단체가 좋은 의도로 시작되었더라도, 그 가치를 전하는 '사람'인 활동가들의 처우에 대한 시스템이 전무한 것은 윤리적 딜레마였다.
역시 작은 규모이지만 회사와 비슷한 체계로 운영되는 다른 단체는 정규 급여체계와 4대 보험을 갖춘,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조직이었다. 그러면서 다른 열악한 단체들보다는 연봉과 4대 보험을 제공하는 것이 여기에서 일하는 '혜택'이라고 넌지시 알려 준다. 4대 보험 제공이 '혜택'이라고? 취업을 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기본적으로 가입하게 되는 것이? 이는 체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운영 시스템이 없어 4대 보험은커녕 활동가에게 정기적 수입도 보장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비영리단체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단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생존'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있었다. 바로 경제적 안정성 확보와 가치 실현 사이의 충돌이었다.
비영리단체의 수익화 방법은 보통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 지원 사업비와 기부금이다. 기부금은 또 개인 기부금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나뉘기도 한다.
먼저, 정부나 지자체가 진행하는 사업에 여러 과정을 거쳐 선정이 된다고 해도 까다로운 예산 지침으로 사업 수행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조차도 충분한 확보가 어렵다. 그래서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사업을 수주해도 적정한 단체의 경제적 안정성 확보는 요원한 편이다. 단지 수행하는 사업 경험이 쌓여 단체의 역량을 증명하는 데 유리한 부분이 있을 뿐, 안정적 단체 활동을 위한 재원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개인 후원금은 더욱 확보하기 어렵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비영리단체들이 TV 광고와 같은 대규모 마케팅을 통한 대대적인 홍보로 후원자를 확보하는 편이다. 반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영리단체에게는 그럴만한 홍보 예산조차 없기에 개인 기부금을 늘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영리단체의 본연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비영리단체가 등장한 배경과 진행하는 사업들이나 활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기에 단체의 존립의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활동이 아니면 이탈도 거의 없는 로열 기부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후원이 많다면 비영리단체 조직의 정체성을 유지하기에도 적합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노출되고 그들을 전략적으로 설득할 인프라가 없어 이상적인 개인 기부자들 모으기는 너무 어렵다는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영리단체들이 차선으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하는 방법은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이다. 기업 후원금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홍보팀을 사회공헌팀으로, 사회공헌팀을 ESG 관련 부서로 이름을 바꾸어 개편하며 다양한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생각보다 많은 비영리단체들은 여러 대기업과 긴밀하게 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ESG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기업 후원금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공헌팀을 통해 기업은 수천만 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후원금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은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을 통해 정부로부터 세금혜택을 받고, 동시에 사내 직원들도 활동에 일부 참여하게 해 언론보도 등으로 기업의 이미지 제고하는 효과를 얻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에 이제 가뭄에 단비처럼 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정적 안정을 확보하면, 대신해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갑을관계' 영향은 고스란히 소속 실무자들의 몫이다. 단체는 기업의 후원금을 받기 위해 전략적 사업 기획을 하는데 수혜 대상의 실질적인 필요보다는 기업의 홍보 효과가 우선시되는 기획을 하거나 때로는 진행하는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질보다 참여자의 숫자가 많기를 바라는 기업의 요구에 맞추기 일쑤다. 이렇게 처음부터 비영리단체의 파트너 기업 중심의 활동을 하다 보면 비영리단체의 본래 가진 존립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 갈등의 상황도 왕왕 발생해 단체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경우가 생긴다.
비영리단체가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단체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수입 중 정부 지원금이 37.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조직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기부자들이 프로그램 비용에만 집중하고 운영비나 인건비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재정 악순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 비영리단체는 기부금 사용 내역의 투명한 공개와 자체 수익 사업 발굴이 시급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단체가 세제 혜택을 노린 기업들의 도구로 전락하거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조직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불투명한 회계처리와 내부 운영 방식을 지적하며 공익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비영리단체의 투명한 재정 운영을 통한 신뢰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비영리단체가 대중과 기부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인 후원 및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지원이나 기업 후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익 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일부 단체들은 이미 공익성을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을 개발해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 조직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조직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이다. 시민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결합함으로써, 비영리민간단체의 자립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어떤 방식으로 재정적 안정화를 추구하든, 비영리단체의 정체성 유지라는 근본적인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재정이나 운영과 같은 생존의 문제들이 해결된다 해도, 비영리단체의 존립 명분이 자연스럽게 확고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에서 활동가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 실현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는 늘 존재한다. 특히 세상을 이롭게 바꾸려는 꿈을 안고 입사한 인턴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마주하며 혼란을 겪다가 결국 단체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가치 실현'과 '조직 운영'이라는 두 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모든 비영리단체가 직면한 근본적인 과제이다. 고정비용 충당을 위한 수익성 추구는 불가피하지만, 이것이 단체의 본질적 가치와 충돌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재정적 안정성을 위해 본래의 미션에서 벗어난 사업을 진행하는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과연 이것이 올바른 해결책일까?
아니면 어렵고 힘들더라도 기업 후원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적 재원 확보 방안을 강구해 크라우드펀딩이나 사회적 기업 방식의 수익사업, 하이브리드 조직처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재정적 자립도를 높여야 할까? 실제 비영리단체의 모금 활동에 대해서는 지금도 학계에서도 연구를 진행하는 부분이고 다양한 노력을 시도 중이다.
비영리단체 본연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는 단순한 사명을 넘어선다. 그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 실현의 진정성을 매 순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비록 경제적,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비영리단체가 활동을 지속할 이유와 명분, 그리고 함께할 동지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현장에서의 경험은 사명감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이것이 비영리단체의 가치와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명감과 지속가능성이 조화를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의 고민과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사명감만으로도 밥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때까지.
참고문헌
김인태. (2023). 비영리단체의 수익 다각화에 관한 연구 조직 및 지역사회 특성의 영향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학회 하계학술발표논문집, 2023(0), 1-31.
유성희. (2024). NGO의 혼종화(Hybridization)와 조직 혁신 한국YWCA의 ‘로컬프렌들리’ 조직 실험. 시민사회와 NGO, 22(1), 6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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