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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69호] 중립기어는 정말 중립일까? 본문
이윤종 기자
중립기어 박아라. 중립기어 유지해라. 키보드에서 다 손 떼라. 한 번쯤 온라인에서 봤을 법한 글이다. 연예인 혹은 인플루언서와 같은 유명인들에 대한 사건이 터졌을 때, 사람들은 많은 댓글을 단다. 그 댓글은 그 유명인을 옹호하는 의견일 수도 있고, 비방하는 의견일 수도 있다. 이곳에서 독특하게 탄생한 댓글이 중립적인 댓글이다. 그리고 이를 청유하는 표현으로 ‘중립기어 박아라’라는 글이 나타났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나타난 중립기어현상이란 자동차의 N기어(중립기어)에 빗대어 파생된 신조어로, 특정 사안에 대하여 비방하지도 옹호하지도 않고 중립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또는 이를 판단 유보를 위한 일시적인 행위로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립기어현상처럼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의견이 양극단으로 치닫는 의견들의 중재적인 역할을 하여 극단화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 과연 중립기어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떻게 이용될까?
중립기어현상의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중립댓글에 관한 연구는 아직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중립댓글이 특정 논쟁에 대해 중립적인 인식과 태도를 형성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였다. 즉, 의견이 찬성이나 반대로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을 중립댓글이 중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중립댓글을 비롯한 중립기어가 과연 의견 양극화를 줄일 수 있을지 그리고 과연 이를 진정 중립적인 의견 및 태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한 미디어 비평에서는 중립기어가 늘 공정한 판단이 아니라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특정 사안에 관하여 판단을 미루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란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관계를 탐색하고 진실에 도래해야 할 때, 탐색을 중단하고 그저 관망하는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마저 외면하는 것이며, 다른 시각으로 보자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가치 판단이기에 유예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찬성이나 반대 중 하나를 지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진영에서 보던 진정한 중립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찬성 측에게도 중립은 반대 입장이며 반대 측에게도 중립은 찬성 입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도 이러한 현상을 몸소 느끼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특정 사안에 대하여 중립기어를 박는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선택으로 중립기어 박는다’, ‘오르막길 혹은 내리막길에서 중립기어를 박았다.’와 같이 진정한 중립이 아님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실제로 중립기어를 박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사안에 대하여 심사숙고 하기위해서 또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또는 나와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옹호하기 위한 방어막으로써 일단 판단을 유보하려는 의도로, 잠시 시간을 벌고자 중립기어를 이용한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한 선행연구에서는 중립댓글이 의견양극화 문제를 중재할 수 있는 요인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이를 실험하였다. 연구자들은 특정 사안에 대하여 중립댓글의 비율이 늘어감에 따라 사람들의 의견이 점점 중재되어 극단적인 의견들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중립적인 댓글이 늘어감에 따라 본인의 사전 태도를 더 강화하였다. 이는 결국 중립댓글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중립적인 의견이라기보다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더불어, 중립댓글 또는 중립기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과연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익명성을 갖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개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단점도 역시 존재한다. SIDE(Social Identity Model of De-individuation Effect)이론에 따르면, 익명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사람들은 개인의 정체성보다 사회적 정체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하면, 온라인에서는 나에 대한 정보를 쉽게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나타내기보다는 내가 온라인상에서 어떤 집단에 속해있고 우리 집단의 특성이 어떠한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집단 중심적인 사고를 강화하고 집단 중심의 정체성을 강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정체성은 집단이 한쪽으로 극단화 되는 것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렇듯 온라인에서는 내 개인의 정체성보다 집단의 정체성이 중요시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가 나의 온라인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회정체성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내집단 구성원을 통해 나눈 가치와 정서적 의의로부터 습득한 지식을 통해 사회정체성을 구성한다. 그로 인하여, 취미, 가치관, 관심사 등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을 내집단으로 여기고 외집단에 비하여 이들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특히 갈등 상황에서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여 내집단이 피해 볼 수 있는 정보에 대하여 우려하기도 한다. 이를 온라인 환경에 접목하면, 사람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 외집단에 비해 내집단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내집단에 비해 외집단에 대해서 배척할 것이다. 예컨대, 젠더정체성과 젠더갈등에 대한 연구에서 젠더정체성이 강한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젠더갈등이 나타났는데, 이는 내집단에 대한 애착과 외집단에 대한 적대감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하여 내집단과 외집단이 갈등을 겪는다면 내집단을 옹호하고 외집단을 비방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에 더하여, 사람들이 내집단에 관한 정보를 외집단에 관한 정보에 비해 훨씬 많이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집단에 관련된 정보를 통해 특정 사안을 바라볼 수 있다. 즉, 어떤 현상이나 사건에 대하여 바라보는 시야가 한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는 중이용자들에게 나타나기 쉬운데, 이럴 때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는 사람들의 의견만을 과도하게 접하면 합의착각(false consensus)이 발생할 수 있다. 합의착각이 발생하면 미디어에서 접한 것과 현실 간 간극이 별로 없다고 착각하고, 내가 미디어에서 봤던 것이 현실과 유사할 것이라 오해하는 것이다. 즉, 내집단에서만 얻은 정보를 세상을 판단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집단에 대해 배척할 수밖에 없어진다. 예를 들어, 남성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젠더갈등에 있어 여성이 잘못한 사건이나 남성이 여성에게 피해 본 사건 등에 대한 정보가 주를 접하고, 여성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젠더갈등에 있어 남성이 잘못한 사건이나 여성이 남성에게 피해 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주로 취득한다. 때문에, 특정 정보를 위주로 습득한 사람들은 그 정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내집단이 늘 피해를 보는 집단이고, 외집단이 늘 피해를 주는 집단이라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다시 정교화가능성모델을 통해 구체적인 설명과 넓은 이해가 가능하다. 정교화가능성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은 특정 정보에 대해 인지적으로 처리할 때 중심경로 또는 주변경로를 통해 정보처리를 한다. 중심경로를 통한 정보처리는 사안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정보처리 하는 것이고, 주변경로를 통한 정보처리는 사안에 대해 주변 단서를 통해 감정적 연관성과 단순한 추론을 통해 정보처리를 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본인이 학교에 지각한 경우, 지각의 이유가 지하철 연착, 핸드폰 고장으로 알람이 울리지 않아서, 몸이 좋지 않아서 등 조금 더 이성적으로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지만 다른 사람이 학교에 지각한 경우, 그 사람이 게을러서, 성실성이 부족해서 등 조금 더 감정적이고, 단순한 추론을 통해 생각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중심경로를 통해 정보처리를 하는 경우 주변경로를 통해 정보처리를 할 때보다 더 지속적이고, 저항적이고, 예측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내집단에 대해 정체성이 강할 때 편향적인 정보처리를 하기도 한다. 즉,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이 자신과 관련성이 높은 내집단에는 중심경로를 통해 정보처리를 하고, 자신과 관련성이 낮은 외집단에는 주변경로를 통해 정보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실제 선행연구에서 사람들이 내집단 관련 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더 많이 기억하였지만 외집단 관련 정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립기어를 박는 이유는 우리가 그 사안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나와 관련이 있는 글이라 생각을 하고 잠시 판단을 보류하기 위하여 혹은 내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이유로 잠시 판단을 보류하고자 중립기어를 박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드러난 정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중립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중립적으로 보임으로써 내 입장을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지 않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것이 진정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자 하는 것인지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내집단이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인지 의구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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