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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67호] 콘텐츠 빵집의 도둑들 본문
박우승 기자
소프트파워(Soft Power) 개념을 처음 제시한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무력 혹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해당 국가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형태의 힘인 소프트파워를 주장한다. 즉 전통적인 형태의 권력이 밀려나고, 대중적인 채널을 통한 문화가 새로운 형태의 권력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대중문화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한국의 음식, 스포츠, 화장품, 드라마, 음악 등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을 소프트파워의 강국으로 변모시켰다.
K-POP의 세계적인 성공, 드라마와 영화의 국제적 인기는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크게 확대했으며,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한국의 언어, 문화, 가치관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국제적으로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 사드 문제 갈등으로 인해 발생했던 한한령 규제로 국내 화장품, 관광업, 면세점, 자동차, 휴대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겪은 바 있듯이, 한국 대중문화는 국가의 경제와도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다. 글로벌 팬덤의 확장은 관광, 제품 판매, 문화 콘텐츠의 수출 증가를 가져왔으며,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인기는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다소 여러 의문이 들 수 있다. 17~18세기 영국인들에게 차 문화로 큰 인기를 끌며 중국의 1위 수출품이었던 차 산업, 1980년대와 1990년대 무술 영화와 액션 영화 장르에서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 산업,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쿨 재팬 정책, 20세기 후반 큰 인기를 끌었던 인도의 발리우드 산업 등 아시아의 특정 문화 산업이 세계적으로 유행했다가 인기가 사그라지거나 다른 국가의 비슷한 문화로 대체된 여러 사례가 존재한다. 글로벌 플랫폼과 혼종성을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류 문화도 어느 순간 내리막을 걷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중문화를 한철 유행이 아닌, 지속가능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 대중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간단하고 명쾌한 것은 국내 대중들이 국내 대중문화를 끊임없이 향유해야 된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비교적 단순하지 않은 것은 바로 창작가의 권리 보호인 저작권 침해를 생각하면서 향유해야 한다는 부분에 있다.
저작권 침해의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선 저작권법의 기본적인 구조를 먼저 어느 정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은 창작물의 창작자에게 그들의 작품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법이다. 저작권법에서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즉 인간의 표현이 들어간 창작물을 뜻한다. 저작권 보호는 일반적으로 창작물이 만들어진 순간부터 시작되며, 창작물이 공개적으로 사용되거나 배포되기 전에도 특별한 등록이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저작권법 내에서 자신의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인 복제권(제16조), 저작물을 공연하거나 방송하는 것에 대한 권리인 공연권 및 공중송신권(제17조·제18조), 저작물을 시장에 배포할 수 있는 권리인 배포권(제20조), 새로운 저작물로 만들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 권리인 2차적저작물작성권(제22조) 등은 저작자가 저작물을 통해 공정한 수익과 권리에 대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조항들이다. 그리고 저작권 침해는 이러한 조항들을 무단으로 무시하고 저작물을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저작권법에 녹아있는 기본적인 취지는 창작자가 만든 창작물 보호와 함께 창작물을 통해 얻어지는 수익을 보호해 주는 것에 있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은 우리가 단순히 저작권 침해를 윤리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닌 좀 더 순환적이고 먼 차원에서 생각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광화문에 달린 간판을 훼손한다면, 첨성대의 벽돌을 몰래 빼간다면, 국가적 자산이 피해를 입고 피해 복원을 위해 우리의 세금이 들어가듯이 저작권침해 또한 마찬가지로 순환적이며 우리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올 수 있다. 즉 문화 산업은 생태계와 같이 순환적인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저작물을 만들기 위해 투자된 시간, 돈과 같은 자본에 비해 수익이 나오지 않거나 저작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점점 더 위축되어 한류의 소프트파워 또한 그 힘을 잃게 되고, 결국 그 혜택을 어느 정도 누리고 있던 대중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80, 90년대에 유행했던 홍콩 영화 산업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홍콩의 경우 1989년 일어났던 ‘6·4항쟁’으로도 불린 천안문(天安門) 사태로 인해 급속한 투자 위축이 일어난 부분도 크다. 하지만 홍콩 영화산업에 저작권 및 미래지향적인 비전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삼합회(三合會) 등의 범죄조직 자본이 깊이 침투해 있었고, 범죄조직들의 영향으로 인해 자본수익만 노리는 비슷한 내용의 아류작들이 빈번하게 만들어졌다. 또한 삼합회는 90년대 시기에 CD에 음악 및 영화를 불법복제 하여 판매하는 사업을 중심적으로 가져가며 영화 제작과 영화관 상영을 불법복제 CD를 판매하기 위한 일종의 홍보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홍콩 영화 산업의 쇠락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으나, 삼합회의 불법복제 CD 사업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쇠락 요인 중 하나였다.
오늘날 CD 기술 사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은 급격하게 성장하며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의 플랫폼들이 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플랫폼들의 이용료는 주로 월 5,500원에서 28,163원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대략 평균적으로 플랫폼 당 월에 약 만 원대에 즐길 수 있다. 하지만 OTT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기 싫어하는 수용자들은 대부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 국내에서 연일 보도되었던 국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인 N사이트의 경우에는 월 약 1,000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2년간 약 333억 원이 넘는 불법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저작권 보호원의 2023년 저작권보호 연차 보고서에서도 22년 기준 국내 영화 불법 이용률은 29%, 방송 불법 이용률이 22.9%로 나타나며 국내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 의도는 여전히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사용자들은 공짜로 여러 플랫폼들의 영상 콘텐츠를 즐기며, N사이트에서는 광고 수익으로 인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조이지만 그 사이에서 국내 OTT 서비스를 비롯한 방송사, 제작사 등의 여러 관련 집단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N사이트에서 추산된 피해 금액만 약 4조 9,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니, 국내 콘텐츠들만 따로 분류하여 피해액을 추정했을 때에도 그 피해 또한 굉장히 심각하다. 결국 N사이트는 OTT와 방송사들이 합쳐 구성한 ‘저작권 대응 협의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URL 강화, 국회의원들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 등의 다양한 압박으로 인해 23년 4월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지만, 서비스를 종료한 지 불과 2달 만에 N사이트 시즌2로 서비스를 재개하기도 하였다(재개한 지 7일 만에 다시 종료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N사이트와 유사한 T사이트가 똑같이 유행 중이다.
물론 저작권 침해 시 손해배상을 3배까지 늘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저작권법 개정 발의, 멀티 DRM이나 Anti-Piracy와 같은 불법 복제에 대한 보안 기술 개발 등 정부와 콘텐츠 사업자들의 노력과 제재가 필요하지만, 매일매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영상 도둑 사이트들을 모조리 잡고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따라서 정부 및 단체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대중들의 올바른 인식이다. 불법스트리밍사이트 이용 외에도 게임 상에서의 해킹 프로그램(일명 핵)이라든지, 마약, 도박 등등 불법이며 근절되어야 하는 것들의 뒤에는 항상 높은 수요가 있었기에 불법 판매자들에 의해 공급이 되어왔다. 불법복제 CD들은 다운로드 사이트들이 활성화되며 수요가 줄게 되어 사라지게 되었고, 이후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또한 스트리밍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부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결국 불법 판매 행위도 수요가 적어지면 자연스럽게 수그러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음악 분야의 콘텐츠들은 영화, 드라마, 웹툰 콘텐츠들과는 달리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즐겨 이용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방송, 영화 속에 담겨 있거나 업로드된 곡들, 심지어 노래방에서 곡 하나를 예약해 1분 이상 부를 때에도 협회에 의해 저작자에게 공정한 저작권료가 돌아가고 있다. 주로 유튜브, 인스타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이용자에게 금액을 부담하지 않고 플랫폼의 수익으로 저작권료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일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경우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혹은 그룹)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용료를 지불하고 스트리밍하는 등의 문화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음악 저작권 시스템과 플랫폼 간의 연동이 잘 구축되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을 감상하거나 아티스트가 잘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시점에서 더 이상 불법 음악다운로드 서비스가 수요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음악 불법다운로드 서비스들 또한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단돈 만 원 남짓의 금액이 아까워서 불법 스트리밍사이트를 이용한다는 것은 K-컬처 영역에서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을 짓밟고, 땀을 증발시키며, 정당한 대가를 몰래 훔쳐 가는 행위이다. 힘들게 빵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팔기도 전에 누군가 빵의 일부를 잘라서 훔쳐 간다면, 빵집에서의 빵 퀼리티는 낮아질 수밖에 없어 결국 폐업하게 될 수 있듯이 국내 콘텐츠 또한 마찬가지이다. 불법스트리밍사이트 이용으로 인해 우리가 그토록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K-콘텐츠들은 조각조각 잘려 훔쳐지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수많은 콘텐츠 빵집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폐업을 하게 된다면 결국 우리 대중의 손해라는 것이다. K-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이 응원하는 연예인 혹은 그룹을 위해 이용료를 내고 스트리밍하는 것과 같이 만 원 정도의 금액을 투자하고 콘텐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콘텐츠 불법 이용이 우리에게 불법으로 아낄 수 있는 비용 이상의 피해를 준다는 보편적인 상식이 자리매김하여 불법 스트리밍사이트의 수요가 줄어들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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