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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대학원 신문사
[170호] 대학가요제가 부활했다 본문
기자 조선희
‘대학가요제 부활’이라는 소식을 올해 초 기사로 접했다. 우리의 기억 속 ‘대학가요제’는 MBC문화방송이 주최하여 대학생들이 창작곡으로 실력을 겨루는 바로 그 대회일 것이다. 비교적 최근 곡인 Ex의 ‘잘 부탁드립니다’(2005)나 아직까지 사랑받는 무한궤도의 ‘그대에게’(1988)가 대학가요제 출신 노래들이다. 대학가요제는 1977년 1회를 시작으로 2012년 36회까지 진행되다가 당시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스타나 히트곡을 찾기 힘들었고, 표절 논란과 심사 문제 등이 겹치면서 폐지가 결정됐다. 이후 2019년 MBC문화방송의 자회사인 MBC플러스 주최로 한번 열렸으나 코로나19 등으로 더 이어지지는 못했다.
올해 부활한다는 대학가요제들 기사를 찾아보면 ‘한강에서 부활한 대학가요제’, ‘부산서 화려하게 부활’ 등의 헤드라인을 만나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개최된 대학가요제들은 고유명사로서의 ‘대학가요제’가 아니다. 고유명사였던 ‘MBC 대학가요제’가 일반명사 ‘대학가요제’로 쓰여 대학생을 참가대상으로 하는 가요제로 변모한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열린 ‘한강대학가요제’는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에듀동아와 아리랑TV가 주관한 행사다. 지난 8월에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린 ‘해운대 대학가요제’는 부산시·부산시의회·해운대구·BNK부산은행의 후원을 받았다. 10월에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개최하는 ‘TV조선 대학가요제’가 전파를 탄다.
구조적·비판적 관점에서의 접근
스웨덴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칼 에릭 로젠그렌(Karl Erik Rosengren)은 ‘사회적 구조가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와 ‘문화가 사회적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두 가지 명제를 토대로 매스미디어(또는 미디어 콘텐츠, 문화)와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는 네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사회구조와 문화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면 ‘상호의존(interdependence)’, 서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다면 ‘자율(autonomy)’ 유형이다. 문화·미디어의 영향이 사회구조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본다면 ‘이상주의’, 사회구조가 문화·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면 ‘물질주의’라고 분류할 수 있다. 필자는 경제권력, 정치권력이 언론과 저널리즘,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는 입장이라 ‘물질주의’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사회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식을 얻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에 관심을 두는 ‘비판 이론critical theory’을 지향한다.
사회와 문화를 바라보는 유형,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학에서의 이론적 지향 등을 설명한 이유는 ‘대학가요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기 위해서다. 필자는 대학가요제 부활 소식을 듣고 ‘대학생들의 음악적 열정, 즉 청년 문화를 지자체 또는 방송사의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했다. 1977년 시작된 MBC 대학가요제가 한국 대중음악 발달, 청년문화 확산 등에 끼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나 그것이 비단 대학생들의 순수한 음악 열정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초반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포크뮤직이 가요계를 주도하자, 이를 통해 비판적이고 일탈적인 정서가 표출되는 것을 막으려 한 유신정권에서 억압적 조치를 취하며 ‘대학가요제’라는 판이 만들어졌다. 특히 1975년 검찰이 대마초 흡연 가수를 발표, 당시 포크뮤직으로 가요계를 주름잡던 이장희, 윤형주, 이종용, 신중현, 김추자, 조용필 등이 구속된다. 정권은 이들을 저질 외래문화를 추종하는 퇴폐적 연예인이라는 이미지를 씌워 활동을 막았고, 대중가요 스타들이 무대에서 사라지자 TV방송사들은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대학가요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에 1977년 MBC 대학가요제, 1978년 TBC 대학가요제, 1979년 MBC 강변가요제 등이 잇따라 나오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부활한다는 대학가요제들이 정치경제적 구조에 의한 기획이라 여겼다. 지자체와 미디어 회사가(또는 일반 기업) 주최·주관하는 모양인 데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하나의 대중문화 시류가 잠시 소강상태인 틈을 타 자본이 상업화할 또 다른 대상 - 힙합, 아이돌, 트로트, 댄서 그리고 이제는 대학생 - 을 물색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민희(2018)는 서바이벌 오디션이 “우승자를 생산한다기보다 오히려 연습생을 생산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숙련’이 사라진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노동 구조가 변화하듯 서바이벌 오디션에 출연하는 이들 또한 성공 신화를 위한 끊임없는 경쟁 구도의 반복에 편입되면서 비정규 노동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문화적·개인적 관점에서의 접근
그러나 이러한 시각이 대학가요제를 설명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다. 올해 부활한 대학가요제의 의미에 대해 묻기 위해 만났던 MBC 대학가요제 출신 싱어송라이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07년 제3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좋아서 하는 밴드’ 멤버로 활동하다 현재는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조준호(ZOZNO). 2022년 6월, 첫 솔로 정규앨범 <소파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북>을 내고 공연을 다니며 대중을 만나고 있다. 2024년 9월 5일, 합정역 인근에서 그와 대학가요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을 군대에서 했어요. 대학교 음악 동아리를 들어가서 음악의 매력을 확 느꼈던 거거든요. 늦게 시작한 것이다 보니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요. 그러니 나름대로 저에게는 검증이 필요했어요. 내가 음악을 해도 되는지. 그래서 각 대학교 방송국에서 여는 가요제 같은 대회들에 나가기 시작했고, 수상을 하다 보니 목표치가 높아지면서 대학가요제를 목표로 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또 다른 의미가 있었는데, 부모님을 설득시키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어요. 대학 방송국 가요제보다는 좀 더 공신력 있는 대회에서 수상해서 부모님께 음악하겠다고 말씀드려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거죠.”
대학가요제에 출전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누가 어떤 이유로 가요제를 여는지, 그것이 신자유주의 흐름인지 등은 음악을 하고자 하는 청년에게 후순위인 게 분명했다. 자아실현의 관문을 열어나가는 2007년의 청년이 상상되었다. ‘개인에게 그런 의미가 있다면 꼭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을 경연한다는 것, 그걸 비판할 게 있나요?” ‘악마의 편집’ 이야기를 하자 “요즘 그거 모르고 출전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그는 오히려 뮤지션들의 출전 목적을 달성해주지 못하는 가요제·프로그램이라면 그것이 더 비판받을 지점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대학가요제를 다시 여는 사회적 현상이 있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지 물었다. “가요제를 만든 사람과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의미를 찾아나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대답이 그에게 대학가요제가 의미 없는 경험이었다는 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인생에 큰 의미가 있었다.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도 대학가요제였고, 좋아서 하는 밴드를 시작하게 된 것도 대학가요제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좋아서 하는 밴드가 ‘한국대중음악축제 올해의 헬로루키 인기상’을 수상하면서 이후 대학가요제를 언급하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얻은 게 되게 많다”고 말할 만한 경험이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오히려 선택지가 적어서 좋았다”고 언급했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에 용이했어요. 그땐 싸이월드에만 글을 올려도 관객들이 찾아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홍보글을 쓰고, 유튜브를 찍어 올리고, 그중 일부를 쇼츠로 만들고,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한 다음 그것을 스토리에 올리고 또 트위터에도 올려야 해요. 이런 현실이 대학가요제 같은 것에도 적용이 됐다고 봐요.” 미디어가 많아진 만큼 우리의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은 분산되었고 주목(attention)은 파편화되었다는 설명이다. 당시에는 유명해질 수 있는 옵션이나 대회가 많이 없다 보니, 각 학교에서 ‘대학가요제 응원용’ 전세 버스를 보내줄 정도라고도 했다.
‘요즘 삶은 어떠냐’는 질문에 “삶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고 답한 그는 ‘2집이 안 풀려서 고생’이라고 덧붙였다. “2집이 잘 안 나오는 이유는 1집이 너무 잘 돼서예요. 우연의 연속이 쌓여서 너무 멋진 기획이 됐거든요. 코로나19가 찾아온 것도 그 앨범의 일부인데 그 정도 급의 뭔가가 와야지 2집이 멋진 기획으로 완성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상황을 어떻게 만들겠어요. 고민이 많습니다.” 인터뷰 내내 삶과 음악을 대하는 유연한 태도가 보여 무척 놀랐다. 더욱 놀란 것은 질문자를 꿰뚫어보는 시선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대학가요제’에 애정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어떤 로망이나 낭만을 대학가요제에 부여한 채 저와 대화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당신에게 대학가요제란
사회에는 이상적ideal 상황이 있고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보는 관점과, 개인이 사회를 살아가며 각자 부여하는 의미가 개별 삶을 구성한다고 보는 관점. 대학가요제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서로 조금 다른 관점들이다. 이 외에 더 많은 관점이 나올 수 있다. 지자체나 기업에서 제대로 홍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고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고, 올해 우승한 팀에게 대학가요제는 어떤 의미로 남을지 헤아려볼 수도 있다.
이를 학문의 영역으로 넓혀서, 하나의 분석 대상에 접근하는 다양한 이론적 접근방식이 있다는 점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다양한 접근 방식을 인정하는 것의 이점은, 혼자였다면 생각해보지 못했을 ‘현상의 이면’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당신에게 대학가요제는 무슨 의미인가. 단순 즐길 거리? 대학생들의 열정? 영향력이 떨어져 아쉬운 오디션 프로그램? 무엇이 되었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면’이라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김수경. (2011).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시대 : 대마초 파동 이후 트로트 고고의 유행. 대중음악. 8. 126-154. 신현준. (2013). 박정희 시대 대중음악의 매개(mediation)와 정치적 규제. 문화과학, 74, 313-335. 신민희. (2018). 서바이벌 오디션에 나타난 노동의 구조와 죽음의 정치. 인문학논총, 46, 99-122. 양동복. (2016). 한국 기독교 대중음악의 형성. 한국방송학보, 30(5), 157-187. 데니스, & 맥퀘일. (2002).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나남출판. 신태진, &이주호. (2023, June 19). [인터뷰] 음악으로 떠나는 여행, 뮤지션 조준호: 브릭스 인터뷰. 브릭스. https://bricksmagazine.co.kr/interview/?idx=15468256&bmod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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